에세이
"선배님, 사회학과 지망생이 여기 한 명 있어요."
이 말에 눈이 반짝이던 한 예쁜 선배님께서는 나를 향해 다가오며 친절히 안내를 해주셨다.
대학 생활의 소소한 정보부터
알면 좋을 학과의 비밀까지,
그녀의 세심한 배려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어딘가로 학생들끼리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기억한다.
입학하기 전이었는지, 입학한 뒤였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마도 2월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니, 입학 즈음이었을 것이다.
학생 자치위원회 같은 것,
이런 데서 주관하는 행사였다.
고등학교 때 이런 경험이 없어
자율적으로 학생이 주도한다는 것이 당시로써는 정말
대학에 왔다는 기분을 들게 했다.
대학교 1학년, 첫 발을 내딛던
그때의 오리엔테이션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선 기묘한 축제 같았다.
그날의 무대는 빨간 휘장을 배경으로
선배들이 깃발을 흔들며 추는 군무로 시작되었다.
좌우로 움직이는 깃발과 군무의 일사불란함은
무언가 익숙한 이미지와 겹쳐 보였다. 나는 마음속으로
'이거, 공산주의 아니야?'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사실,
그 시절은 운동권 학생회가 마지막 불꽃을 피우던 때였다.
그들은 마지막 전투를 치르는 군대처럼
열정적으로 캠퍼스를 물들였다.
깃발을 흔드는 선배들의 모습이 공산주의 군무 같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내 대학의 첫날은 그렇게
술잔과 웃음,
그리고 가슴속에 스미는 낯섦과
설렘으로 채워졌다.
그 안에는 열정과 두려움,
자유와 약간의
위험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었다.
사실 우리는 그렇게 과격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건
술에 관한 것이었다.
그저
끝이 보이지 않는 술잔이 오갔고, 술은 마치 오리엔테이션의 본질처럼 느껴졌다.
간혹 뉴스에 나오는
술자리 급성 발작에 따른 사고라든지,
더러운 신고식도 없었다.
당시에는 종종
화합주라며 세수대야에 온갖 것을 섞어 만든 폭탄주를 강요하는 것 말이다. 양말을 빠는 선배도 있고,
여하튼 더러운 짓을 하는 걸 무슨 통과의례처럼 여겼다는데,
다행히
그런 건 없었다.
그날 밤 선배가 내게 말하던 것을 아직도 기억한다.
“이게 다 추억이 될 거야. 즐겨.”
그의 말처럼 나는
그 순간의 긴장감과 즐거움을 뒤섞으며
대학 생활의 첫 장을 넘어갔다.
오리엔테이션은
우리 모두의 '성년의례'와도 같은 통과의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