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목차: 황반변성의 별빛]
1부. 노동: 구조적 불평등
(생략)
2부. 결핍: 삶은 누구에게나 만만치 않고
♬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 예나 지금이나 자식 걱정은
♬ 신발끈을 묶다
♬ 우리가 살아갈 때엔 죽음을 벗삼아 삶을 그리워하며
♬ 혼자 사는 사람들
♬ 황반변성으로 노안이 온다
♬ 방으로 돌아오는 길
3부. 몽상: 잠깐 넌지시 엿보다가
(생략)
[소개글]
- 놀이글 스타일을 적용한 만화적 산문입니다.
- 이미지는 모두 고흐의 작품입니다.
♬ 황반변성으로 노안이 온다
최근 책을 읽다 보면 쉽게 피로해졌습니다. 글을 읽는 데 집중력이 약해졌죠.
낮잠이라도 자면 좀 나을까 싶어, 낮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안경을 벗는 것이
차라리 낫기도 하였습니다. 눈이 침침하기도 하다가
글씨가 흔들리거나 쪼개져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난시인가 싶었죠. 그런데 안경을 벗으면 가까운 글씨가 더 잘 보이기도 했는데, 또 그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라 대개는 곧 흐릿해졌죠. 도수를 높인 안경을 쓰면 오히려 더
피곤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멀리 있는 것은 여전히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처음 보는 증상이라, 이게 뭐지 싶었습니다. 어쩔 때는 스마트폰의 글씨가 미세하게 찌글찌글하고, 안경 도수를 높이면 오히려 안 보이는 듯했죠. 심지어 안경 벗으면 가까운 글씨가 때로는 더 잘 보이다니! 그런데 일관되지도 않다니.
인터넷 검색 끝에 가장 유사한 증상으로는 노안이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노안이 진행되기 전에 치료를 하면 나아질까 싶어 병원을 찾았죠.
병원에서는 우선 눈에 안약을 넣어 주더니, 잠시 기다리게 했습니다.
몇 가지 검사를 했죠. 대개 어떤 깜빡이는 노란색, 빨간색 점을 바라보게 하고, 시선이 따라가게 하면서 촬영했습니다. 안압을 검사한다며 ‘푸슉’ 바람을 눈에 넣기도 했습니다.
병명은 왼쪽 눈은 황반변성 초기 단계. 오른쪽 눈은 노안이 약간 시작된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영양제(루테인)를 먹으라고.
나로선 황반변성이란 병명이 생소했죠. 루테인도.
황반변성이란 쓸쓸하고 고즈넉한 성을 나와서는, 장사를 떠나는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루테인이라 불리는 사람들로 그들은 어느 날 오미크론이 횡행하는 황반변성을 나와서는 전혀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하였죠.
세금을 많이 냈던 루테인이 줄면서 성곽 보수 공사 등이 느슨해졌고, 어느 날 허리케인에 날아간 지붕은 온데간데 없고
을씨년스러운 황반변성만이 남았죠. 그곳에 마지막까지 살던 이는 늙은 문지기뿐이었습니다. 인생에 특별한 비결이 없는 것처럼 노안도 그저 오는 것이라는 듯이, 묵묵히 그곳을 지키며 사람이 살던 흔적을 증언하는 건 황반변성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