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사람은 참으로 신기한 존재다.
어떤 환경에서도 결국 적응해 살아간다.
또 그것에 따라 전혀 다른 자신이 되기도 한다.
이건 마치
언어적 자아가 달라서
한국어를 할 때의 자신과
영어를 할 때의 자신이 미세하게 달라진다는
의견을 연상하게 한다.
물론
그것보다는 훨씬 더 직접적이고 실체적이기는 하여서
프리랜서로 일할 때와 정규직으로 일할 때,
같은 ‘일’을 하더라도 기분과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같은 사람인데도 말이다.
프리랜서 시절에는 일이 쌓여 있어도,
능동적으로 “오늘 밤에 끝내자”는 마음으로
새벽에 눈이 번쩍 떠지곤 했다.
그럴 때는 하루 일정을 주도적으로 조정하며 사용하게 된다. 일만 끝내면 온전히
내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중간에 피곤하여 일정을 늦추고 잠시 낮잠을 자면 되기 때문이다.
밤을 새우더라도 그다음 날 낮에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는 자유가 있으니,
빡빡한 일을 하루 빨리 처리해야 할 때
큰 부담 없이 견디고는 했다.
반면, 정규직일 때는 모든 게 달랐다. 프리랜서를 하다가 잠시 정규직을 한 적이 있는데, 처음에는 프리랜서 때처럼 능동적으로 일을 대하려고 했다.
그런데 작심삼일이라고 했던가.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일을 더한다고 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을 빨리 하면 그게 당연한 기본값이 되어 다음에는 그것보다 더 빨리 잘해야 한다. 그러니 애초에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속도로, 위에서 효율의 감시를 하는 것까지 감안하여, 너무 느리지도 않고 너무 빠르지도 않게 일을 하려 한다.
매일 규칙적으로 정해진 일을 하고, 일을 많이 한다고 월급이 더 나오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휴일에는 일을 빨리 끝내려고 근무를 더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일에 중독되어서 일이 즐거워서 더하지는 않는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남들보다 잘하기 위해
그런 시간마저 아까워서 일을 더 열심히 하고
그러면 반드시 보상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지만,
내 경우엔, 아니 대개는
굳이 먼저 불확실한 보상을 바라며
너무 열심히 일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일을 잘하면 일만 떠안게 된다. 그게 다 자기 경쟁력이 된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주말에도, 퇴근 후에도 일을 끌고 집에 가야 하고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딱히 더 나은 보상도 없고
훗날에도 이 일을 할지는 알 수 없으니
그러한 노력이 자기계발로 이어진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회사에서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강조하며 회사와 더불어 개인의 성장에 열의를 불태우기를 바라지만,
그런 직원만큼이나 그렇지 않은 직원도 많다.
나는 아마도 후자 쪽이었을 것이다. 이상하게도
프리랜서를 할 때와 같이 주도적으로 일을 마치고, 다른 일을 받으려는 상황이 불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프리랜서 때와는 달리 내가 주도적으로 시간에 투자하기보다는 매일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든 버텨내야 한다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프리랜서일 때는 불확실성 속에서 스스로를 독립적으로 일으켜 세우는 삶에 적응하고,
정규직이 되면 안정적이지만 일정한 제약과 기대 속에서 그에 맞게 사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내 얘기다. 다른 사람들은 그러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