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한때 학교에서 ‘소설에 미쳐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 말은 사실 내가 퍼트린 것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냥 몇 명이 지나가면서 한 말인데,
또 그 정도로 비중 있는 인물도 아닌데, 소문이 났을 리는 없다. 그래도 나에 대해 딱히 할 말이 없을 때
친구들이
“요새 소설 쓴다고 여기저기 다닌다는데.”
“그래? 왠 소설? 걔 글 잘 썼냐?”
이런 심심파적의 대화, 실제로는 그다지 궁금하지 않지만
공간과 시간의 여백을 채우는 짧은 말마디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뭐 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이것저것 들쑤시고 다니는 느낌은 들었다.
그 소문이라는 출처 불명의 말을 듣고는.
사실을 말하자면,
그 정도는 아니었다. 소설에 미쳐 산다고 할 만큼
소설에 심취한 것도 아니었고, 막 싸돌아다닌 적도 없었다.
다만, 남들과 조금 다른 길을 걸었다는 건 맞다.
다큐멘터리 PD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다 옛말이라며,
소설가가 되고 싶은 꿈을 키우던 때이기는 했다.
소설에 전력을 다하지도 못하면서
소설을 놓치도 못한 것은 맞다.
어정쩡한 글병이었다.
그리고 결국, 그 시절의 소문처럼 여전히 나는
글병을 앓으며 싸돌아다니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나만의 개성을 얻고 싶다는 과욕으로
고생도 사서 하면서.
기약 없이.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돌아갈 수 없으므로,
그런 건 생각지도 않으려 하면서.
누군가는 ‘미친 듯이 소설에 빠져 돌아다니다가 언젠가 탕자처럼 돌아오겠지’라고 생각했겠지만, 나는 아직도
그때 그 마음 그대로, 조금은 철없이, 조금은 미련을 붙들고, 또 그럴 수밖에 없어서, 안 그러면 이러한 삶을 택한 이유마저 사라지므로,
계속
싸돌아다니고
있는 셈이다.
특별히 아무 거라도 된 것도 아닌 채로, 어찌 하다 보니 열심히(?) 막(!) 살았다고 해두자. 그래도 계속 살아야 하므로, 지금도 그럭저럭
힘겹게
열심히
살고 있다. 뭔가 막 하고는 싶은데
딱히 하고 싶은 일을 못하면서. 그래도 어쨌든
유감스럽게도,
질기게,
때로는 즐겁게
살고 있다.
아니다.
되게 고되게
사는 걸 수도 있다.
그래도
그 시절의 소문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끔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