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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진영의 제도 선택: 합리성과 정서의 괴리

개요글 & 정치

by 희원이
민주당 진영의 제도 선택: 합리성과 정서의 괴리



1. 대통령제에서 진보 진영의 구조적 리스크

대통령제는 단일 선거에서 승리한 한 명이 모든 권력을 독점한다. 진보 진영이 대선에서 패배하면 곧바로 정권 전체를 상실하고 국정 운영에서 전면 배제된다. 한국 정치의 지역구도, 언론 환경, 경제 엘리트층의 네트워크는 보수 후보가 구조적으로 유리한 토양을 제공한다. 진보는 수도권과 호남 기반이 강하지만 전국적 선거에서 항상 우위를 보장받지는 못한다. 대통령 권력 집중 구조는 정권 교체 시 진보 진영 인사들이 곧바로 표적이 되는 위험을 내포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은 이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준다. 대통령제는 진보에게 대선 한 번의 패배가 곧 전면 몰락으로 이어지는 위험한 도박판이다.


2. 이원집정부제·의원내각제의 장점 (진보 관점)

- 이원집정부제는 권력을 분산한다. 대통령과 총리 권한이 나뉘어 있기 때문에 진보가 국회 다수당만 확보하면 내치를 주도할 수 있다. 대통령이 보수라 하더라도 권력은 분점된다. 진보는 단독으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정의당, 녹색당, 진보당 등과 연립하여 정권에 참여할 수 있다. 대통령 권력이 독점적이지 않기 때문에 출현 확률 높은 보수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총리와 국회가 견제하면 정치 보복의 범위가 줄어든다.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권력이 절반은 남게 되므로 개혁 정책이 전면 폐기되지 않고 일정 부분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구조적으로 보았을 때 이원집정부제는 진보 진영의 정치적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합리적 선택이다.

- 의원내각제는 대통령의 권한이 매우 약하거나 없다고 할 수 있으므로, 연립정권의 출현까지 고려할 때 현재 진보 정권 출현, 진보 쪽 출신의 총리 출현 가능성이 가장 높다.


3. 민주당이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이유 (추측)

- 다만 보수적인 입장의 민주당 관계자라면 주도권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점에서 양당제를 선호하고, 현재 대통령제 방식으로 강력한 개혁을 추진할 중심으로서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을 원하는 게 아닐까 싶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투자자 마인드처럼 통제하여 성공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 그건 그동안 우리 시민이 이룩한 민주화 운동의 성과 덕분일 것이다. 엉망인 많은 국회의원 설득하며 천천히 가느니, 정신 제대로 박힌 대통령을 중심으로 몇 번만 확실히 개혁하면 빠르게 바꿀 수 있다는 고속성장의 자신감일 것이다.

-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민주화 세력이 민주당의 뿌리다. 직선제는 단순한 권력 방식이 아니라 민주화 투쟁의 성과이자 정체성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 민주당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배출하며 대선에서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실전 경험을 축적했다. 이 경험은 민주당이 대통령제를 위험한 도박판이 아니라 승부 가능한 제도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 또한, 민주화 운동 세대의 운동권 문화는 강한 지도력과 카리스마 인물 중심으로 작동해 왔다. 대통령제는 이러한 문화와 잘 맞아떨어진다. 대선 후보군과 당 지도부는 대통령제가 유지될 때 가장 큰 정치적 이익을 얻는다.

- 반면 의원내각제는 국회의원 집단 권한을 강화하므로 당내 권력 구도가 크게 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구조적 위험을 알면서도 경험과 문화, 조직 이해관계 때문에 대통령제를 고수한다.

- 여론 때문일 수도 있다.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 또는, 6공화국 총선에서 과반 획득 및 제1당 차지한 양상을 보면 2010년대까지도 보수 세력의 절대 우세였다. 이때만 해도 보수 세력이 서로 자기들 권력을 재분배하려는 이원집정부제 논의가 제법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그나마 대통령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당선시켜서 선거구 등이 왜곡되어 불리한 의회 전체를 바꾸는 것보다 효과적인 개혁이 가능하다고 여겼을 수도 있겠다.

- 그러다 상황이 변한다. 최근 들어 3연속 민주당과 진보 진영 우세지만, 현재는 의회 중심의 승부수를 던져도 괜찮겠다 싶은 상황이지만, 강력한 양당의 대립으로 강한 결집력을 위해 여전히 대통령제를 더 선호하는 게 아닐까 싶다.

- 원래 우리 문화에서 중앙권력화에 익숙하고, 선명하고 단순하고 교조적인 것을 좋아하는 속성과도 연관 있지 않을까 싶다.


4. 결론: 민주당의 제도 딜레마

- 논리적·구조적 관점에서 보면 진보와 민주당 진영이 생존성과 정책 연속성을 위해 주장하기에 합리적인 제도는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다.

- 그러나 정치적·문화적 관점에서 민주당은 직선제 쟁취의 역사적 자산, 대선 승리 경험, 카리스마 지도자 문화, 조직적 이익 때문에 대통령제를 선호한다.

- 이성적으로는 내각제·이원집정부제, 정서적으로는 대통령제가 민주당 진영의 제도 선택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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