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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이해득실과 선호하는 제도의 상관관계

개요글 & 정치

by 희원이
정치인의 이해득실과 선호하는 제도의 상관관계


대부분의 정치인은 생리적으로 이해득실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치인에게 제도 설계란 이상이나 학문적 합리성이 아니라, 권력을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그래서 학자의 양심과 학계의 통설이 더 중요하다. 국민이 위험한 제도를 선호할 때 설득할 주체도, 사실은 정치인이 아니라 학계다.


▶ 5년 단임제의 역설

현행 5년 단임제는 독재 방지라는 6공화국의 본령을 충실히 수행했다. 권력 남용과 정책 단절이라는 문제점은 있었지만, 원천적으로 장기집권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의 혼란 역시, 제도가 아니라 예외적 폭주 사례일 뿐이다. 오히려 단임제 덕분에 치밀한 음모와 장기 집권 시나리오는 불가능했고, 3년 차에 무리한 시도가 드러났을 뿐이다.


▶ 정치인이 말하는 4년 중임제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4년 중임제를 언급한다. 표면적으로는 5년 단임제의 폐해를 보완하겠다고 말하지만, 속내는 단순하다. 권력은 줄이고 싶지 않은데, 기간을 늘리고 싶은 것. 대놓고 말하기 어려우니 “권력 분산”을 앞세운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선 주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선호하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 입장에서는 스스로 연임의 욕심이 없다는 것을 가정 하에, 자신을 도와주었던 후임 후보자들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그보다는 정말 나라에 적합한 제도를 고려한 것이겠지만, 정치인이라면서 이런저런 계산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가정할 때 함께하는 동료들의 의견도 무시하긴 어렵다.)

4년 중임제는 또 다른 위험을 내포한다. 그림자 권력이 작동해 퇴임 이후에도 정치판을 왜곡할 수 있고, 7년 차에 3연임 개헌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6공화국 초기에 이 제도가 도입됐다면, 이명박 정권에서 3연임 시도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 권력 재분배의 셈법

정치인의 제도 개편 선호는 단순히 이해득실의 함수다.

-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는 경우는 단독 대권주자로서 체급이 부족한 경우다. 국회 중진 세력은 대통령을 앞세우면서, 거물을 대통령 선거판으로 보내고 나서도 자신에게 기회로서의 총리직을 나눠 갖는 방식을 구상한다. 신진 정치인에게는 국회의원 권익 신장이 매력적이다. (2010년대까지 보수가 국회에서도 확률적으로 압도적 우위를 점하던 때에 보수 진영 권력 재분배를 위해 주장하는 경우가 많아서 보수에게 유리한 제도로 오인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민주당 압승의 기록을 써내려가는 중이라, 정확히 누가 더 낫다고 말하기 어렵다.)

- 의원내각제는 더욱 분명하다. 국회의원 권력이 가장 커지고, 총리를 돌아가며 맡을 수 있다. 대권 주자보다 중진 의원들에게 더 유리하다. 오히려 대선 주자급의 정치인이라면, 계파를 장악할 여부가 확실치 않다면 선호하지 않을 제도다. 자신도 끌려내려올 수 있으므로. 다만, 사당화하거나 강력한 계파 정치 세력으로 나아갈 준비를 할 것이다.

- 대통령제를 선호한다면 관성적인 것이거나, 여론을 무시하지 못하고 대통령 프리미엄도 나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상 승자 독식 구조고 예전과 달리 상대 진영이 될 확률도 만만치 않게 되어서, 특정 진영에서는 누군가 대신 쿠데타의 위험과 오명을 감수해준다면, 은근슬쩍 그 열매를 함께 따먹고는 싶다는 욕망을 숨기게 된다. 자기는 피를 안 묻히지만, 파티에는 참석하고 싶은 것이다. 민주주의에 절대적 위험요인이 있는 자들이 위에 자리한 셈이다. 다만 이들도 스스로 권력이 확대되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쉽지 않다고 여겨서 대통령제를 선택하게 될 뿐. 대통령제에서 의원은 중진 세력까지는 대통령 프리미엄에 기대하는 (이원집정부제에서보다도) 작은 권력이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조차 대통령이 되기까지는 몸을 사려야 한다. 자신이 대통령에게 거슬리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시켜야 한다.


▶ 학계의 시각

학계는 이미 순수 미국식 대통령제를 위험하다고 본다. 제도의 안정성과 권력 분산을 위해 이원집정부제를 거쳐 의원내각제로 가는 것이 합리적인 주류 의견이다.


▶ 결론

- 제도 개편을 둘러싼 논의는 결국 정치인의 이해득실 논리와 학계의 제도적 합리성 사이의 충돌이다. 정치인은 권력을 유지하고 늘리려 하고, 학계는 위험을 줄이고 분권을 지향한다. 제도 개혁을 판단할 때는 정치인의 계산이 아니라, 장기적 안정성과 권력 남용 방지라는 제도의 본령에 충실해야 한다.

- 한국의 제도 논의는 정치인의 이해득실 논리와 학계의 제도적 합리성이 충돌하는 구도다.

- 정치인은 대체로 권한을 유지하면서 임기를 늘리려 하고, 학계는 대통령제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분권적 제도로의 전환을 권고한다.

- 5년 단임제는 독재 방지라는 점에서 역사적 성과를 남겼으나, 정책 연속성의 한계가 분명했다.

- 따라서 제도 개편 논의에서는 정치인의 이해득실을 넘어, 제도의 장기적 안정성과 권력 남용 방지 효과를 중심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 4년 연임제와 5년 단임제 중 골라야 한다면, 일단 5년 단임제를 유지하면서, 권력 분산 지점이 예상대로 작동하는지 파악하는 기간을 두어야 한다. 그러면서 분권을 위한 대국민설득을 통하여 (위험한 제도를 선호하지 말고 선진국형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장기 홍보를 시행하고) 폭넓게 분권 유형을 검토하여 권력 구조를 개편하여도 늦지 않다. 자칫 우려스러울 수 있을 대통령제를 4년 연임으로 늘린 뒤 인물 중심 정치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고 해도, 극우 대통령의 3연임 개헌 시도, 또는 좌절 후 7년차쯤 쿠데타 유혹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될 수 있다. 5년 단임제에서 윤 씨가 급하게 3년차에 시행한 것과 달리 두 가지 옵션이 있게 되므로, 착실히 조용히 거사 시점을 7년차로 정하고 3연임이 좌절될 경우 치밀하게 친위 쿠데타를 실행에 옮길 개연성이 충분하다. 지금 5년 내에 그러한 발상을 하는 자들을 뿌리 뽑기 어렵기 때문에 신중히 점검해야 한다. 사이비 종교 세력도 여기에 포함된다.

- 개인적으로는 (이미 말했거나 앞으로 말할) K-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한다. 현실적인 여론 문제를 빼고 그냥 한국 상황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이 체제를 몽상하였다. K-이원집정부제 3기 개헌 모델인 준의원내각제형 한국식 이원집정부제를 종결자 제도로 해도 좋다고 본다.


※ 참고: K-이원집정부제 3기 개헌 모델

▶ 1기 개헌(대통령 우위형, 연착륙 단계)

- 구조: 대통령 60% / 총리 40% 권한 배분.

- 임기: 대통령 5년 연임제(최대 10년).

- 의미: 대통령제를 그리워하는 여론을 수용하면서도, 총리가 내각제식으로 장기 재임 가능.

- 특징: 일잘러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7공화국 총리로 복귀해도 위헌 문제 없음. 대통령으로 재선되는 것도 아니고, 제1권력자도 아니기 때문. 매순간 정치적 평가를 받는 내각제 총리이므로, 능력만 있고 국민과 의회만 설득시킬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국민의 심부름꾼으로 부려먹을 수 있음. 세종대왕(국민)이 황희 정승 은퇴 안 시키듯.

▶ 2기 개헌(총리 우위형, 점진적 분권)

- 구조: 대통령 20~40% / 총리 60~80% 권한 배분.

- 모델: 현행 핀란드식과 유사.

- 의미: 대통령은 외교·안보 중심, 총리가 내치 주도 → 분권 강화.

▶ 3기 개헌 (준의원내각제, 완성 단계)

- 구조: 대통령 5~10% / 총리 90~95% 권한.

- 모델: 독일식 의원내각제에 근접.

- 의미: 사실상 내각 중심 운영, 대통령은 상징적·보조적 역할.

▶ 오스트리아식 변형 요소 (비상시 전환)

- 평시: 고정분권 체제(대통령 권한 제한).

- 비상시: 특정 조건(전시계엄 등) 충족 시 대통령 권한이 자동 강화(최대 80%).

- 비유: 평소엔 헌법적으로 명확하게 ‘약한’ 대통령이지만, 위기 시 월식이 되는 날 ‘늑대인간/헐크’처럼 ‘강한’ 대통령으로 변신. 오스트리아 직선제 대통령은 헌법에 있는 권한을 전통에 따라 자제하는 것이지만, 이것을 명문화하는 보완책을 넘어서, 아예 핀란드식으로 그런 권한 자체가 평시에는 없는 것으로 명문화. 위기 시 추가되는 것임.

- 견제 장치: 대통령 비상체제가 무능·위험할 경우, 제도적으로 총리 리더십 체제로 전환 가능. (프랑스식 부분 적용)

▶ 종합

- 전략: 대통령제 익숙한 국민 정서를 고려해 점진적 분권 → 최종적으로 준의원내각제 완성.

- 안정 장치: 비상시에는 대통령 직선제의 권위를 활용하되, 권위주의 회귀를 막는 제도적 견제 삽입.

- 최종형으로 검토 가능: “K-이원집정부제 3기 개헌 모델 = 한국형 종결자 제도 후보.”

- 정리하면, 이 구상은 1기(대통령 우위) → 2기(총리 우위) → 3기(준의원내각제)로 이어지는 점진적 분권 시나리오이며, 비상시 대통령 강화 장치를 추가해 한국형 안정·안보 모델을 구축하는 방향





◑ 첨언

- 고등학교 정치 과목에서 느슨하게 적당히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장단점 요약 소개하지 말고, 비교정치학 관점에서 정치 체제 다층적 분석과 사례를 심도 있게 공부시켜야 함. 거의 모든 지점에서 대통령제에 비해, 유의미하게 때로는 압도적으로 의원내각제가 바람직하다. 내각제 공포증은 낭설에 확률적으로 가깝다. 의회 우위형 체제로 총리 우위형 이원집정부제 추가 가능.

- 학자들 말 듣는 게 대한민국에 좋을 듯.

- 다만 한반도 통일되면 결국 어느 정도 안보 특수 상황 종식되면, 독일식 의원내각제로 바로 진입할 수 있어야겠다. 연방제에, 인구 8,000만 국가에서 운용하는 것이기도 한데다 가장 선진적인 체제. 핀란드식 이원집정부제와 함께.

- 다만 한반도에는 주변 강대국이 많아서, K-이원집정부제 3기 개헌 모델인 준의원내각제를 종결자 제도로 해도 무방할 듯. 한반도 통일 시 독일식 의원내각제로 진입해도 좋고.

- 결국 독일식 의원내각제가 우수한 제도. 수많은 몽상을 하였지만, 결국 기존의 방식으로 단순화되었다. 참신함보다는 검증 가능한 데서 신중한 보완을 하는 것인데, 의원내각제는 한반도 통일 시 독일식 의원내각제를 거의 그대로 적용하여도 좋을 듯. 물론 전문가들이 보면 여러 한국적 변용이 필요할 수 있겠지만. 여하튼.

- K-이원집정부제로 해서 핀란드식 토대로 오스트리아식과 프랑스식 일부 적용한 것도 일단 차선으로 두고, 누구나 알아듣기 쉽고 수용하기 쉽게 핀란드식 이원집정부로 단순화.

- 즉,

¶ 견제형 5년(6년) 단임제 → 핀란드식 이원집정부제(고정분권형 대통령60%권한의 1기, 총리우위형 2기, 3기 개헌으로 준의원내각제) → 독일식 의원내각제

¶ 극우 준동 예방을 위해 교육미디어문화 영역 준헌법적 시스템가이드라인 도입(반파시즘, 다문화적 다원주의, 비판적 지식인 교육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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