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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지하철 노선도를 몰라서

삼행시

by 희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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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하철 노선도를 보면

현- 재 내 위치를 대략은 알 수 있잖아.

이- 건 좋은 걸까? 무언가를 예상할 수 있다는 건 안심이 되면서도 말이야,

가- 물가물하던 사람이 10년 만에 나타나서는 내게 말하는 거야.


바- 로 코앞에 원하던 성공이 도착했는데

라- 디오에 흘러나오는 신파 같은 사연의 주인공이

보- 란 듯이 자기였다는 거야. 성공에 붙어온 이자처럼

는- 물을 자꾸만 닦아내면서


나- 어떡하냐고, 물었어. 아무 말도 해줄 수 없는 내게, 말이야.





권진아: Home (은중과 상연)


새 학기에 고 3이 되어야 할 여자 아이는

머리 박박 밀고 입에 마스크 하고 신승훈인가,

이승환인가 요즘 나오는 발라드 가수의 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래,노래라도 해라,얘야, 노래라도

자꾸 불러라, 시어머니 병수발하던 옆 침대

아줌마가 중얼거린다 달포 전 아침부터 토하고

설사해 정밀 검사 받아보니 간에도 폐에도 암은

퍼진 지 오래여서, 그래도 그 엄마 울고불고

수술은 해야겠다기에, 거의 배꼽 근처까지 장을

잘랐다는 아이, 잣죽이나 새우깡 부스러기 먹는

족족 인공 항문으로 쏟아내고, 또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미치겠다고 제 엄마 졸라 매점 보내고

나서, 아이는 베개 한쪽에 뺨을 묻고 노래부른다

왜 이렇게 가슴이 뛰느냐고, 왜 이렇게 행복하냐고

6인 병실 처음 들어오던 그날, 왜 내가 죽느냐고

왜 나만 죽어야 하냐고, 그리 섧게 울던 그 아이는


☎ 이성복, <왜 이렇게 가슴 뛰느냐고>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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