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행시 & 백석
아- 직도
름- 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다- 사다난한 여정을 되새기며 그 역시
운- 명론이라 운운하며
나- 비처럼 날아오를 꿈을 꾸었다. 그것은 호접몽이기도 하여서
타- 란튤라에게 걸려든 나비의 꿈이런가, 나비를 잡으려는 타란튤라의 꿈이런가.
샤- 브샤브처럼 운명의 늪에 적셔졌다 건져올려지는 마음이란
를- 신을 원망하는 것으로 귀결하였으므로,
사- 는 것이
랑- 만이 아니요,
해- 를 끼치지 않겠다는 최소방어전이었다.
서- 서, 아니, 서서도, 그래, 서서히 당신을 그리워한다는 말을 되뇌기만 하였다.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