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행시 & 백석
오- 전에도
늘- 보처럼 늘어져 있었다. 요즘 들어 자꾸
밤- 에 너무 늦게 잠드는 바람에
은- 갈치처럼 반짝이던 형형한 모습도, 밤바다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어느덧
푹- 잦아들고, 그렇게
푹- 썩어들어서는
눈- 이 퀭하여진다.
이- 토록 변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공평한 이치는
나- 란 인간에게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린- 간이란 때때로 지겹도록 똑같아서
다- 들 잠잘 때를 알아 제때에 잠을 자면 몸이 피곤하지 않는 법이다. 그래도 너를 생각하다 때를 놓치기도 하여서.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