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이니셔티브의 미래'도 예상 바깥에서

메모글

by 희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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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내게 조금 행운이 있던 해일까? 전체적으로 보면 굳이 그렇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글의 관점에서 보면 의도와 상관없이도 좋은 일이 생긴 해인 듯하다.

사실 투고를 더는 하지 않고 공모전에도 관심이 없어진 상황, 브런치를 온라인그라운드의 중심점으로 삼아서 하이퍼텍스트를 구축한다는 개념, 쉽게 말하면 아마추어로서 시민 참여자로서 상업성 없고 비주류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끝까지 집요하게 몽상하자는 생각을 굳히고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지내고 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브런치 작가님들끼리 뭉쳐 <글루미 릴레이>를 내기로 했고, 운 좋게도 나 역시 공동 작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좋은 작가님들을 알게 된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그 책이 성공하느냐 마느냐는 내 능력을 벗어난 일이지만, 이 책이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개인적으로는 삼행시를 처음으로 실은 책 형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그냥 내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썼으면 하는 아쉬움도 들었지만, 어쨌든 그때는 (오래전 한 친구의 말을 모티브로 삼아) 다른 이야기를 썼다. 그래도 다른 작가님들이 글을 보면서 위안으로 삼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즐거웠고,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그리고 <K-이니셔티브의 미래>도 예상 바깥에서 내게 선물처럼 굴러들어왔다. 뜻밖의 제안이었는데, 다른 출판사에서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원고까지 쓴 것은 잘했다. 어쩌면 올해 한 선택 중에 손에 꼽을 만큼 기분 좋은 선택 중 하나였다고 해야겠다. 생각지도 않은 일정이었다. <글루미 릴레이>도 그랬듯.

물론 주말이나 평일 새벽에도 회사일에 원고까지 거의 쉴 틈이 없었던 것 같긴 하다. 점점 어 이거 생각보다 너무 빡센데, 하는 생각이 들었을 즈음엔 이미 약속한 일들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 때문에 번아웃이 오기도 했지만, 여하튼 글은 잘 뽑힌 것 같다.

선인세도 주시고, 저예산으로 ‘직접 많은 부분’을 담당하신 사장님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약간 독립영화를 찍는 기분도 들었다. 로파이 음반 작업을 하는 것도 같았다. 솔직히 자신이 좀 힘들어도 자기가 받기 싫은 조건의 일은 남에게도 요구하지 않는 성격의 사장님이어서 그럴 수 있었다. 온라인그라운드 작업을 하면서 이질감이 없었던 때여서, 그쪽에 집중했는데, 아마도 사장님 제안이 아니었다면 이 글은 쓰지 않았을 수도 있다. 덕분에 안 썼을 글을 썼는데, 그게 내가 늘 생각하던 다른 지점과 맞닿았다. 얼떨결에 쓰다 보니, 욕심이 날 만한 구석이 있어 그동안 어렴풋이 생각하던 걸 구체화했고, 그러다 보니 재미 있어져 중간에 엎어져도 초고는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일반적으로 외국의 선도 사례를 나열하는 글을 구상했는데, 점점 다양성과 천재론 관련해서 우리 시민이 어떻게 그것을 능동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까라는 접점으로 나아갔다고 해야겠다. 정말 위대한 존재는 천재가 아니라, 바로 다양성에서 탄생하는 여러 개성을 수용할 능력이 큰 시민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존재들은 결국 다양성과 미학적 세련됨으로 훈련된 시민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 비교적 많은 곳을 우리는 선도국가, 선진국 중의 선진국으로 부르는 경향이 있다.

그나저나 왜 이 시점에 기획출간을 원하셨을까. 늘 마음에 품고는 있지만, IMF 때 100억쯤의 매출을 올리던 학습지 회사를 처분하고, 지금의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묵묵히 지내던 분이라 그런지, 그래도 예전처럼 기획 출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끔은 그런 시도를 했던 모양이다.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무심코 몇 번인가 "염두에 두는 소재는 아무래도 안 팔릴 지점이라 하지 말라" 했는데, 되레 사장님께서는 기분 잡치게 왜 안 된다고만 하냐고 해서, 그때부터는 글을 쓸 때는 항상 스테디셀러를 염두에 두며 작업한다고 포지셔닝을 달리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통계는 대체로 예외적 기적을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가 그 즐거운 예외가 되기를 바라는 몽상도 이제는 길게 하지는 않는 편이다.

어쨌든 실제로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다들 그 정도의 마음을 속에 숨기고 그 바람을 끝내 죽이지 못한 채 작업에 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냥 가볍게 읽고 말 글을 쓴다면 굳이 책으로 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온라인그라운드에서 남기는 모든 글 역시 하이퍼텍스트로서, 조금 덜 정제되었을 뿐, 가치 있는 글로 남기를 바라면서 시민 기록의 차원에서 의식적으로 행하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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