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목차: 정보론-정보 개념의 조정을 위한 소쉬르적 해석]
머리말
Ⅰ. 정보에 대한 기존 개념
1) 일반적 접근
2) 피터 드러커의 접근
3) 기존 접근의 한계
☞ 일반적 접근에 대한 비판
☞ 피터 드러커의 접근에 대한 비판
Ⅱ. 소쉬르 언어학의 주요 용어
Ⅲ. 소쉬르 언어학의 주요 용어를 통해 바라본 정보
맺음말
3) 기존 접근의 한계
지금까지 살펴본 정보의 논의는 두 가지 유형이었다. 첫째 유형은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으로, 정보를 지식의 전 단계이자 데이터의 이후 단계로 보는 것이다. 체계화 정도는 데이터와 지식의 중간 수준이다. 지식의 분류 때 철저하게 같은 성분의 요소로 보는 관점이겠다.
둘째 유형은 정보를 데이터와 지식이라는 분류 체계에서 추출하여 다른 맥락에 놓는 것이었다. 피터 드러커가 이런 접근을 하게 된 것에는, 정보의 특수한 성향 때문일 텐데, 이를 드러커는 ‘이동성’이라고 표현하였다. 그런데 드러커는 정보의 성향으로 지식보다 덜 체계적이라는 특성도 수용함으로써 특정 관점에서는 데이터와 정보와 지식을 하나의 맥락 위에 놓일 수 있도록 했다. 바로 암묵지와 명백지의 분류 관점인데, 명백지의 경우 덜 체계적이고 덜 현학적이어서 바로 수용자가 그 내용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데이터와 정보를 같은 선상으로 명백지의 영역에 분류하고, 대척점에 암묵지로서 ‘수용자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지식을 놓는다. 그럼으로써 정보는 지식과 데이터의 맥락에서 빠지기도 했다가 지식과 데이터와 같은 선상에서 거론되기도 한다.
이러한 논의들을 살펴보고 논리적으로 추론할 때, 한 가지 유형이 빠져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철저하게 지식과 데이터의 맥락에서 정보를 분류해내는 것으로, 드러커의 논의보다 더 철저하게 정보를 지식 체계에서 분리해내려는 시도일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논의에서 적용된 정보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위의 논의에서는 주로 두 가지의 특성이 정보를 규정하는 데에 쓰였다. 우선 정보의 본질이 ‘알림’에 있고, 이는 이동성이라는 용어로도 표현되었다. 《매체 정보란 무엇인가》에서는 ‘아무것도 알리지 못하는 정보’는 정보로서 가치가 없다고 언급한다(주1).
또 다른 특징으로는 정보가 데이터와 지식 사이의 중간자적 요소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정보는 지식의 전 단계로 정보가 검증되면 지식 체계에 편입된다는 해석인데, 이러한 관점과 ‘알림’이라는 속성을 결합한 것이 기존 논의에서 공통된 정보의 특성이다.
피터 드러커조차 알림이라는 ‘이동성’의 특징에 주목하면서도, 지식의 전 단계로 중간자적 특징을 지닌 점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 일반적 접근에 대한 비판
홍성욱은 이러한 분류로는 “무엇이 데이터를 정보로 만들고, 무엇이 정보를 지식으로 만드는지” 설명하기 어렵다고 언급한다. 그에 따르면 정보를 지식으로 바꾸는 데 지식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범주의 오류에 가깝다(주2). 지식이라는 상위개념이 생기지도 않았는데 그 전 단계인 정보를 위해 지식을 사용한다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았다(주3).
이 보고서에서는 논리적 추론을 통해 철저하게 정보의 특성을 하나로 단일화할 것으로 제안하려고 한다. 이때 정보의 특징인 ‘알림의 속성’과 ‘지식과 데이터 사이의 중간자적 속성’ 중 ‘알림의 속성’만을 택하려고 한다. 정보의 진짜 중요한 특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실 ‘지식과 데이터 사이의 중간자적 속성’으로 정보를 분류한 것은 불필요해 보인다. 이미 지식과 데이터 자체를 정도의 차이에 따라 세분화하여 분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체계화 정도”를 기준으로 잡으면 일관될 수 있는데, 여기서 ‘알림의 속성’을 지닌 정보에 중간자적 속성까지 삽입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지식과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가운데, 알림의 속성을 지닌 정보가 끼어들면서 혼란을 주고 있다.
만일 여기서 정보를 빼고 지식과 데이터만으로 체계를 분류하더라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에 맞춰 지식을 정의해보면, 지식(knowledge)이란 사전적인 의미로 “정신이 어떤 대상을 아는 작용 및 이 작용에 의하여 알려진 내용”이다. 다시 지식은 세 종류로 나뉠 수 있다. 첫째는 데이터(Data)요, 둘째는 상식(common sense) 혹은 일반지식이며, 셋째가 고급‧특수지식 혹은 전문지식(expert knowledge)이다.
다시 데이터는 전문성의 관점에서 전문 데이터와 일반 데이터로 나눌 수 있다. 기록 여부에 따라서 본다면 기록 데이터와 (기록되지 않았더라도 많은 이들이 합의하고 구전되거나, 직관적으로 감각하는) 경험 데이터로 분류할 수도 있다. 이런 세분화된 요소가 지식을 구성한다. 이처럼 지식의 밀도와 숙련도, 정리되어 있는 상태 등을 고려하여 지식과 데이터로 나누는 경우가 있고, 전문지식과 상식으로 나누기도 한다.
이러한 분류 관점으로 보면, 정보 없이도 지식 체계를 분류할 수 있다. 정도의 차이로 다르게 표현될 뿐 모두가 지식인 셈이다. 감각기관이 단순하게 인지한 경험 데이터, 단순한 통계 숫자가 적힌 서류, 심도 깊은 학술서 등의 지식을 같은 종류의 지식으로 분류하자니,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새로운 분류 관점을 적용하면, 이 모든 것은 원칙적으로 지식이다.
☞ 피터 드러커의 접근에 대한 비판
일반적 접근과 비교할 때, 피터 드러커의 접근은 개성적인 데가 있다. 무엇보다도 정보의 이동성에 주목하면서, 그 관점에서는 정보를 지식의 체계에서 다른 맥락으로 분리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그의 정보 개념은 더욱 복잡해졌다. 정보를 실체적 개념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정보를 실체적 개념으로 보게 되면, 또 다시 개념이 제대로 분리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일단 정보를 채우는 내용은 어쩔 수 없이 지식 체계의 내용일 수밖에 없는데, 이것을 실체적으로 확정하면 정보에는 필연적으로 지식 개념의 흔적이 스미게 된다. 그래서 다시 관련 내용을 논의할 때 점점 혼란스러워지게 된다. 그 토대가 되는 개념들이 명확히 분리된 채 논의에 적용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드러커에 따르면, 정보의 이동성을 강조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정보를 실체적인 개념으로 볼 경우, 조금 복잡해진다. 어떤 경우든 정보의 내용은 지식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 거기서부터 정보의 이동성은 지식의 이동성까지도 의미하게 된다. 만일 무의식적으로 드러커가 정보의 이동성을 내용인 지식과 분리하여 정보 형식 자체에 있는 것으로 보았다고 해도, 정보를 실체적 개념으로 보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제는 인터넷의 발달로 논문 등 고급 지식이 일반 정보처럼 유통된다. 예전에는 어렵게 구해야 했던 자료를 상대적으로 매우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다. 인터넷 덕분인데, 정보를 실체적인 개념으로 보는 방식으로 정보를 지식이라는 개념과 배타적으로 설정할 경우, 지식이 정보보다 더 활발하게 유통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드러커의 논의는 설득력을 잃는다. 매우 고급스러운 학술 지식이더라도 ‘일반 정보보다 더 정보다운’ 이동성을 확보한 시대이므로, 갈수록 이러한 분류는 처음의 매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상호 영향 관계를 맺으면서 무엇이 정보이고 무엇이 지식인지 점점 불명확하게 된다.
이뿐 아니라, 드러커는 정보를 지식과 데이터 사이의 중간자적 속성을 지닌 요소로 보기도 한다. 그 때문에 명백지와 암묵지의 관점에서 정보를 데이터와 같이 묶을 수 있는데, 이 역시 정보를 실체적 개념으로 본데다가 정보의 특성 중 알림의 속성을 약화하는 선택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드러커의 논의는 일반적 논의보다도 더 혼란스러워졌다.
이 보고서에는 피터 드러커가 정보를 지식과 데이터와는 다른 맥락으로 분리한 점에만 주목했다. 즉 정보의 개념에서 온전하게 ‘지식과 데이터 사이의 중간자적 속성’을 버린다면, 실체적 개념 역시 유보하게 된다. ‘알림의 속성’은 관계적 개념과 관련되었기에, 정보는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모든 지식 영역에 존재할 수 있으면서, 특정 조건을 불만족하면 정보의 특징적 현상이 사라진다고 보았다.
이처럼 정보는 특정한 조건이 만족될 때 어디서든 드러나는 관계적 요소라고 한다면, 드러커의 문제가 논리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보았다.
(주1) 구연상, 《매체 정보란 무엇인가》, 21쪽
(주2) 상식과 전문지식의 선후관계 역시 명확히 알기 힘들다. 애초에 상식조차 없던 분야에서 전문지식이 탄생 후 일반적으로 널리 공유하는 상식이 생기기도 하고, 기존의 상식에서 출발하여 전문지식이 탄생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전문지식이 상식과 별개일 때도 있다. 고도로 전문적인 분야일수록 그렇다.
(주3) 홍성욱, 《네트워크 혁명, 그 열림과 닫힘》, 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