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원이 Aug 22. 2023

신발 끈이 풀렸다

산문

[소개글]
- 놀이글 스타일을 적용하거나, 그냥 콩트만 쓸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이미지 한두 장만으로 계속해서 콩트글이나 삼행시를 쓰는 방식을 채택할 수도 있다. 때로는 1부 2부 3부 등으로 나누어 신발, 의자, 의자에 앉은 노인을 각 부의 테마 그림으로 배치하고는 거기서 나올 수 있는 모든 상상을 동원해보는 시도를 해볼 수도 있다. 그림에 천착한다면 흐름이 생길 수도 있다. 
- 여기서는 그림의 보이는 이미지 그대로를 따라가는 방식을 취했다.
- 놀이글 스타일이지만, 구별해서 원피스 스타일로 칭했다. 이 글의 경우, 원피스 스타일을 적용한 산문. 편의상 그렇게 부른다. 





Vincent van Gogh


신발 끈이 풀렸다. 끈이 풀려 바닥에 닿았고, 끈들은 신발 등을 타고 힘이 풀린 것처럼 늘어진 채 바닥에 닿았다. 바닥에 닿으면 꼿꼿하게 끈의 자존심을 세우며 날카롭게 무언가라도 찌를 요량으로 의기에 충전되지도 않았다.

끈은 그냥 풀려 있고, 그냥 풀려 있는 것은 대체로 힘이 없이 풀려 있었다. 힘이 없다는 것이 원래 부질없을 만큼, 끈은 원래 힘이란 것이 없었고, 힘을 바짝 주어 팽팽하게 당기는 것은 신발 주인이었으므로, 신발 주인이 힘이 풀렸다고 말할 수 있겠으나, 어찌 보면 그건 말이 되지 않았다. 끈이 힘이 풀려 있다고 바닥에서 꼿꼿하지 않다고 신발 주인이 그럴 거라고 말할 수 없었다.

끈이 끈 구멍에서 절반쯤 빠져 있는 오른쪽 신발은 자신이 오른쪽이란 것을 모른 채 어깨가 축 쳐져 있다. 신발의 어깨는 없으므로 어깨가 축 쳐져 있다는 말은 말이 안 되지만, 신발은 축 쳐져 있고, 그것은 주인의 감정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신발 끈이 신발을 그렇게 보이도록 만든 것도 아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동네(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