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성이란

[3.3]민규 & 천재론

by 희원이

[목차: 천재론]

◑ 1부. 부자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 천재를 유형별로 분류하는 세 가지 방식

♬ 천재는 홀로 태어나는가?

♬ 자본주의와 천재

◑ 2부. 창의적 도전과 보상 체계

♬ 인정 욕구와 눈치 보기

♬ 정당한 보상과 문화적 토양

♬ 천재의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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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민규: 보편성이란

보편성이란 앞서 희정 씨가 언급했던 보편적 주류와 헷갈릴 수도 있는데 정서적인 기술, 정서적인 표현력에 초점을 맞춘 개념이죠.

원래는 보편성을 일시적으로만 끌어내는 경우, 그리고 지속적으로 인기를 끄는 경우로 나누어보려고도 했어요. 그런데 그러면 일시성과 '일시성의 지속'을 나누어야 하고, 결국 일시성으로서의 인기가 확산되고 지속되면서 영향력이 넓어지고 깊어졌다면, 이러한 보편적 인기는 정서적 혁신에 가까워서 패러다임의 혁신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죠.


어찌 보면 보편성을 획득하여 당대에 큰 인기를 누리는 작품에 대해 거부감이 들어서 이러한 설정을 두려 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패러다임이든 테크닉이든 예술의 완성도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공감능력을 극대화한 대중예술을 온전히 드러내는 미덕 하나쯤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자, 그냥 일시적이든 아니든, 보편성으로 통하는 폭넓은 인기를 획득하는 순간이 있었고, 이런 능력을 자주 표출했다면 그러한 인기 대중예술가를 온전히 인정해주자는 쪽으로 마음을 고쳐먹었죠. 그게 보편성의 천재였어요. 보편성의 천재는 정서적인 면에서 끈끈하게 수용자와 연결되는 면이 있어서 다른 천재 유형에 비해서 대중성의 재능이 있을 가능성이 높죠. 아닌 경우도 있겠으나, 대개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정서를 장착한 것이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단순화해놓고도 개념을 살펴보다 보면 결국 다른 개념과 혼재되어 드러나는 건 필연적이겠죠. 어차피 추상적인 개념으로 분류에 깔끔하게 성공하는 경우는 불가능에 가깝겠죠. 꼭 중간 지점에서 설명이 애매한 사례가 발견되기 마련이니까요. 예를 들어 ‘어정쩡하게 적당한’ 인기만 있는 인디록이 있다고 해보죠. 포크록은 어떨까요? 최고의 인기를 얻지는 못했어도 무의미할까요? 그렇지는 않겠죠. 기준은 유동적이라고 했듯, 각자 합의하기 나름이지만, 정서적으로 사람들에게 공감의 가능성을 준다는 게 중요하겠죠.


물론 지나치게 마이너하다면 제외될 테니, 그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거예요. 그래도 극도의 소수에게만 인기 있는 경우는 보편적이라 하기는 어려울 듯해요. 예를 들어 블랙메탈이라는 장르에서 극소수의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다면, 그 분야에서 반향이 있더라도 보편성의 천재라고 할 수 있을진 모르겠어요.

사실 드물게 있을 컬트적 성공을 보편성의 천재 영역에서 검토하는 걸 애매하게 여기는 이유가 있어요. 적당한 인디 팝이라면 모를까 엠비언트 블랙메탈 같은 마이너 장르의 작은 인기를 고려하면서 말하는 것인데, 그건 선율 등에서 정서적 감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죠. 어르신들이 오래 전 명 트로트 곡을 반복해서 부르며 옛 정서를 추억하는 것도 사실은 마찬가지죠. 그 노래가 분명 좋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트로트를 싫어하는 사람에겐 그렇지 않을 테니까요. 싫어하는 감상자의 관점에선 해당 음악가가 보편성의 천재 영역에서 고려할 만한 대상이 안 되는 거겠죠.

이것도 기준을 정하기 나름이겠지만요. 제가 생각하는 보편성의 천재는 인기 있는 정서적인 면에서의 확실한 상업적 성공이라든가, 아니면 공감할 만한 유형의 정서적 혁신이라든가 하는 것과 관련 있겠어요.

정서적 혁신이 폭넓게 지속적이며 심대하면 패러다임의 천재 영역에서도 분류를 고민해봐야 할 거고요. 또 이러한 수준으로 히트곡을 양산했다면, 그 기술적인 교묘한 능력도 신중하게 연구해볼 필요가 있겠죠. 아무나 그런 인기를 누리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이런 점에선 테크닉의 면모를 검토하게 되죠.


그래요, 보편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서 우열을 가린다는 건 솔직히 애매하죠. 우선 판매량만 놓고 본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정작 그 판매량을 올리기 위해 보편성이라는 자질 이외에 여러 외부적 산업적 의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이죠. 그게 어떨 때는 결정적이기도 하잖아요.

때로는 국력의 차이와 유통망 장악력으로 좌우되고요. K팝이 뜨는 것도 유튜브라는 세계 단위의 채널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겠죠. 우리의 자본을 투입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우리를 알릴 자연스러운 유통망이 있기에 가능했죠. 그런 면에서 지금은 어느 나라나 인터넷이 잘 발달되어 있으면 예전보다는 세계적으로 ‘히트할’ 가능성도 높아졌어요. 하지만 예전엔 확연히 달라서 누가 글로벌 유통망을 갖는가 하는 점도 매우 중요했어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늘 하는 이야기지만, 재즈의 깊이와 잠재력을 전적으로 인정하면서도, 그게 미국의 음악이 아니었다면, 세계 유통망에 노출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하죠.

결국 명확히 알 수 없을 외부 요인이 반영되는 판매량을 잠시 뒤로 물리고 선율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더욱 애매해지죠. 더 좋은 선율과 분위기를 논하기 위한 미학은 지나치게 추상적이죠. 베토벤의 음악은 어째서 숭고한 것인지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을까요? 그냥 대충이라도 근처까지 가준다면 모르겠지만, 그냥 뜬구름 잡는 결과만 나오고 말죠.

어떤 이는 베토벤의 음악만 들으면 잠이 온다고도 하죠. 그걸 수준이 낮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어쩌면 사람마다 숭고함을 느끼는 양상은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어요. 선율의 우열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어요. 분명 좋은 선율이 있는 것도 같지만, 그것도 어느 수준 이상으로 올라간 선율들을 모아놓을 경우, 난감해지죠. 그냥 다 좋은 게 좋은 거죠.


그러다 보니 결국 기준은 유동적인 것이고, 각자 나름대로 보편성의 천재를 유형화하면 되겠죠. 저는 한계는 있지만, 명확한 숫자인 판매량이나 여러 경제적 숫자를 데이터로 삼는 것뿐이에요. 가끔은 저는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에게 분명한 반응을 얻어내는 작곡가들이 있어요. 한두 번이면 모른 척하겠는데, 비틀즈처럼 전설적으로 히트곡 기록을 쌓아나가면 외면하기 어렵거든요.

그런 걸 천재적인 인기 작곡가라고 불러야 하겠죠. 작사가도 그렇고요. 별로 차이 없는 거 같은데, 미스터리하게도 그 사람이 건드리면 갑자기 모든 기록이 달라지죠. 유명 가수가 부르는 것이야 팬덤과 같은 외부 요인을 분명히 기대하게 되는 거지만요.

그래서 제 의견보다는 판매량 등 객관적 데이터를 참고하는 편이죠. 또 그 양이 꽤 오랜 기간에 걸쳐 충분히 쌓이면 좋겠다는 기준 정도는 있는 거죠. 대체로 이런 기준으로 보편성의 천재를 분류하지만, 가끔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하기 어려운 아쉬움이 남을 때만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예외적 사례를 살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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