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희정 & 천재론
[목차: 천재론]
◑ 1부. 부자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 천재를 유형별로 분류하는 세 가지 방식
♬ 천재는 홀로 태어나는가?
♬ 자본주의와 천재
◑ 2부. 창의적 도전과 보상 체계
♬ 인정 욕구와 눈치 보기
♬ 정당한 보상과 문화적 토양
♬ 천재의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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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희정: 보편성과 달리, 보편적 주류란
네, 제가 분류했던 보편적 주류에 대한 기준은 보편성에 관한 얘기는 아니었어요. 제가 말하는 보편적 주류란 흔히 학계에서 통설로 통할 법한 학설에 기반한 주류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야겠네요. 예술론도 그런 것에 기반한 것이겠고요. 그러니 대중예술에서도 극단적으로 판매량만으로 인기를 측정한다는 생각까지 해본 적은 없었어요.
하지만 듣고 보니 제가 고민하는 부분과 통하는 것도 있네요. 재즈 공부를 하면서 ‘어떻게 대중과 소통하는가’ 하는 것도 고민했거든요. 우리나라에선 퓨전도 꽤 발달했고, 좀 대중성 있게 접근하려고도 하지만 일단 연주곡 위주의 장르는 인기가 없는 편이죠. 음반 시장이 협소하다 보니 여러 모로 재즈 음악가들은 고전하죠. 하기야 미국에서도 그렇다죠? 3%도 안 되는 시장 점유율로 알고 있어요. 빌보드에 배치된 많은 장르 중 최하위로 알고 있죠. 미국이 재즈의 종주국임에도 그런 상황인 거죠. 감상자 중에선 재즈가 클래식음악보다 듣기에 지루하고 난해한 음악이라며 한탄하기도 해요. 물론 저는 재즈의 대단한 매력을 알아요. 그 매력에 빠진 전 세계의 음악가들이 지금도 재즈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걸고 있고요. 예술성을 주류로 삼은 보편적 주류의 관점에서 저는 분명 아카데믹하게 체계가 구축된 재즈계에 속해있어요.
그런데 관점을 달리 해서 보편성의 천재 영역으로 놓고 보면, 루이 암스트롱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까요? 스윙 빅밴드의 베니 굿맨은 어떨까요? 마일즈 데이비스는요? 어렵긴 하지만, <카인드 오브 블루>가 400만 장 이상 팔렸다죠? 제 음악에만 정진하려고 하지만, 음악이 난해해서도 안 되죠. 이건 조금은 균형을 맞추기 어려운 과제 같아요. 빌 에반스처럼 자연스러운 서정미도 좋은데, 그 경우에도 사람에 따라서는 여전히 지루한 음악일 수 있죠.
팝음악이 널리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이 재즈를 즐기진 않게 되었거든요. 그러한 단초를 제공한 사람이 엘비스 프레슬리 아닐까 해요. 또 60년대에 비틀즈나 지미 헨드릭스 등 여러 개척자들이 등장하면서 무게중심이 록음악 쪽으로 기울었다고 봐요. 록음악은 대안팝이라고 할 만큼 팝의 새로운 정서라고 보거든요. 이때부터 대중음악이 급격히 폭발한다고 해야 할까요?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이미 1940~1950년대 재즈는 활화산과 같았고, 1930년대와 40년대 스윙 빅밴드 음악은 사람들의 춤과 잘 어울렸거든요. <위대한 개츠비>의 1920년대 역시 재즈를 떼려야 뗄 수 없고요.
그런데 모든 건 1960년대를 중심으로 재편된 것 같았어요. 재즈가 대중성에서 점점 멀어지고, 어느 순간엔 아예 예술음악 쪽으로 돌아서면서 재즈에서 인기가 많아도 대중들은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렸죠. 그러한 사건을 일으킨 주역을 한 명만 단순화해 꼽자면 비틀즈가 등장하게 돼요. 지미 헨드릭스라든지 도어즈, 롤링 스톤즈, 킹 크림슨 등등 많은 아티스트를 있었지만, 어째서 그런지 비틀즈는 첫 손가락으로 꼽히죠. 아마도 그 음악적 내용이 충실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확실한 숫자, 음반 시장의 선두 주자로서 괄목할 만한 성적 때문일 거예요. 그렇게 그들은 보편성의 천재이면서 동시에 1960년 전후로 대중음악사를 얘기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패러다임의 천재라 할 만하죠. 테크니컬 천재요? 글쎄요, 저는 기술적인 요소로만 보기 때문에, 그러니까 보편적으로 먹히는 기술도 대단한 기술이라는 식으로 얼버무리는 건 애매하기 때문에 솔직히 보자면, 재즈에 비해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테크닉이죠. 그러니 비틀즈는 어쩌면 클래식과 재즈에서 중시하던 테크닉 말고 적정 기술을 적용하여 세상을 뒤흔든 첫 번째 뮤지션이 아닐까도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