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에 따라서 천재도 다른 처지가 된다

[1.2]민규 & 천재론2

by 희원이

[목차: 천재론]

◑ 1부. 부자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 천재를 유형별로 분류하는 세 가지 방식

♬ 천재는 홀로 태어나는가?

♬ 자본주의와 천재

◑ 2부. 창의적 도전과 보상 체계

♬ 인정 욕구와 눈치 보기

♬ 정당한 보상과 문화적 토양

♬ 천재의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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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민규: 조건에 따라서 천재도 다른 처지가 된다

이처럼 사회에서 호출한 천재라고 해도 언제든 그 타이틀을 반환해야 할 때도 있어요. 마치 권투에서 챔피언이 방어전에 성공하지 못하면 챔피언 타이틀을 내려놓고 다시 도전자의 신분이 되듯이요. 시기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한국 챔피언이나 동양 챔피언이었던 사람이 세계 타이틀에 도전할 때는 도전자 신분이 되죠. 또 협회에 따라서 통합 타이틀을 벌이고요. 시기에 따라 천재란 타이틀이 가변적인 것처럼 작은 분야 안이냐 국가냐 대륙이냐 하는 범위에 따라서도 천재란 타이틀이 다르게 붙어요.

물론 모든 것을 능가하는 세계적인 천재,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천재일 때라면 앞서도 언급했듯이 시기에 상관이 없었던 괴테처럼, 어떤 범위나 시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이름이 기록에서 빠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고요.


우리나라에서, 네, 범위를 좁혀서 우리나라로 국한했을 때요, 범위에 상관없이 이 정도의 위상을 지닌 세계적인 천재가 누가 있을까 고민해보는데, 아마도 세종대왕이 아닐까 싶어요. 그가 당대에 세계적인 수준의 과학 기술을 촉발시켰지만 그걸 넘어서는 발명품인 한글을 스스로 창제했다고 하잖아요. 그것만이 지금도 세계 첨단의 문자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요. 그리고 애민 정신을 지니고 창시자와 창작 의도가 분명하게 담긴 드문 문자이고, 앞으로도 활용 가치가 크다는 점, 일상생활에서 바로 피부로 와닿는 점, 문자란 장르가 사라질 수 없다는 점, 현재 유엔 유네스코상으로 문해력을 기리는 문자상의 타이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세종대왕은 세계적으로 오래도록 그 이름이 각인되지 않을까 싶어요.

백남준은 어떨까요? 미디어 아트의 거장으로 있으면 미디어 아트가 흥할수록 그 권위가 살아나겠죠. 미디어 아트가 어떤 미래를 거칠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기록상으로도 그 중요도가 오래 살아남지 않을까 해요. 미술의 한 사조를 열어젖혔다고 평가받는 것으로 알거든요. 이건 어떤 관점으로 보든 역사를 기록하는 입장에선 거론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퇴계 이황은 어떨까요? 저도 잘 몰랐는데, 동양철학과 교수님께서 동양철학이 서양철학의 헤게모니에 밀렸지만, 철학이란 쉬이 사라지기 어렵고, 그 철학 중 성리학은 유학의 중요한 분야라서 오래도록 거론될 수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아주 오래된 학문이자 종교가 유교잖아요. 심지어 우리 한국의 생활에 깊숙이 스며들었고요. 어찌 보면 예술가도 위대한 거장조차 300년 이상을 실질적으로 생활에 영향을 미치긴 어려운데, 아,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지금도 연극으로 올라가죠? 정말 대단한 거예요. 대개는 아무도 읽지 않는 추천도서라는 우스갯소리처럼 남아 있는 걸작이 고전이 되는데, 철학이나 사상은 안 그렇죠. 맑스의 철학은 국가의 통치 근간으로 적용되었잖아요. 유교도 마찬가지죠. 그건 사람들의 가치와 문화와 관습에 뿌리 깊게 스며들어서는 1000년 이상을 영향을 끼치기도 하죠. 기독교 문화는 어때요? 무려 2000년, 아니, 구약까지 염두에 둔다면 한 5000년쯤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여하튼 어마어마하죠. 이런 분야에서 퇴계 이황의 주리론은 유교의 본산인 중국에서도 공부하러 오는 독보성을 띤다고 하더군요. 우리 지성사에서 누가 직접 유학을 와서 공부해야 할 필요를 느낄 정도의 경지에 이른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더군요. 그 말이 사실이라면 퇴계 이황 역시 유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천재(또는 거장)라고 할 만하죠. 철학 분야의 특성상 이 정도의 평가를 얻는다면 그 철학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명예의 전당에 오른다고 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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