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산업과 천정부지

[1.3]동호 & 천재론2.1

by 희원이

[목차: 천재론]

◑ 1부. 부자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 천재를 유형별로 분류하는 세 가지 방식

♬ 천재는 홀로 태어나는가?

♬ 자본주의와 천재

◑ 2부. 창의적 도전과 보상 체계

♬ 인정 욕구와 눈치 보기

♬ 정당한 보상과 문화적 토양

♬ 천재의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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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동호: 천재 산업과 천정부지

이제는 자본이 후원자를 대신한다고 해야 할까요? 불특정 다수든 그 다수의 소비를 기대하는 투자자든 누군가의 재능을 활용하는 사업이 생기죠. 천재 산업이라고 해야 할까요? 미술계에서 특히 새로운 천재를 발굴해서 유일성이 강조되는 원본의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려놓았어요. 발굴할 만한 천재들이라면 부동산 개발하듯이 모조리 발굴해낸 게 아닐까 싶죠. 일단 수준 이상의 작품이 필요하고, 많을수록 좋겠죠. 전 세계를 시장을 삼으니 언제든 원하는 고객은 충분했어요. 또 부르는 게 값이니 큐레이터로선 어떻게든 천재가 될 만한 대상을 찾아야 했어요. 거기에 대중이 혹할 만한 천재만의 매혹적인 스토리가 있다면 금상첨화죠.

심한 경우엔 위작이 유통되죠. 작품을 늘리기 위해 가짜 작품을 기득권 세력이 주도하고, 때로는 작가의 유가족들이 인증해주고요. 비슷한 필치를 연구하여 해당 작가의 방식으로 그려서는 미발굴 작품이라고 소개하는 경우까지 발생했었잖아요.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 때문에 천재들의 작품이 천정부지의 가격으로 치솟는 것은 아닐까 싶었죠. 인류 문화 발전의 결정적 순간에 그 공로자의 흔적이 걸작에 담겨 있기도 하지만, 원전의 유일성을 강조하면서 고급미술 시장에선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재테크에 용이한 상품을 개발해낸 것이니까요. 자본을 굴려서 돈이 돈을 낳는 시스템을 안착시켜 놓았는데, 거액을 안정적으로 투자하려면 저축·땅·빌딩·주식·채권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죠. 안정적이면서 효율적으로 자산을 넣어두는 방법, 그게 명화 재테크가 아닐까 싶어요. 고액을 명화에 투자할 때 그 작품이 위작이 아니라면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적고요. 이미 투자할 대로 해본 사람들이라 작품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방법도 어느 정도 알겠죠. 그렇게 땅이나 빌딩과는 비할 없이 간결하고 고수익이면서 주식이나 채권보다 안전한 투자. 이때 안전함이란 매수자를 모르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죠.

한때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가 누가 사갔는지 몰랐다고 하죠. 최근에는 사우디 왕자라는 게 알려졌지만요. 사라진 줄 알았던 명화가 거부들의 집에 조용히 잠자듯 보관되고 있었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지는 사례는 흔하죠.


이런 식의 재테크는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지금 더욱 더 과열되었다고 해야 하나요? 그러면 그럴수록 정작 원작자인 예술가는 어떤 기분이 들까요? 자신의 원작은 자신도 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잖아요. 고흐가 되살아나 자기 작품이 수천억 원에 거래되고 자신이 지닌 작품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면 어떨까요? 그래도 좋긴 하겠지만, 당혹스럽기도 하겠죠. 곰은 재주가 구르고, 돈은 부자들이 버니까요. 그나마 생전에 잘 팔리는 천재나 명인들은 부자가 되어 있겠죠. 부자는 정교해지는 재테크 기술 덕분에 더 부자가 되고, 예술가도 함께 부자가 되려고 하겠죠. 그건 어느 정도 자신의 명성에 비례하는 거니까요. 그리고 부자들은 다시 조금이라도 이야기가 될 만한 천재들을 찾겠죠. 아무래도 천문학적 숫자가 왔다 갔다 하니까, 하나라도 더 그럴 듯한 이야기를 담은 천재의 이름을 찾겠죠. 그 이름을 낙관으로 달 때 큰 수익이 따라오기 때문이죠. 결국 천재를 찾지 못하면 기존의 천재 브랜드에 살짝 위작을 얹고 싶은 잘못된 유혹도 생길 거고요. 그러한 위작 탓에 미술계에 대한 불신이 커지겠지만, 눈앞의 이익에 넘어가는 것이겠죠.


이런 자본주의가 더 성숙해져 사람들의 상상까지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시절이 요즘이라고 봐요. 이런 시절에는 가상의 메타버스에서 수익을 올리려는 발상이 시작되죠. 실물이 가상으로 넘어가는 시기 전에는 그래도 소유하던 버릇이 있었어요. 음반을 소유하지 못하고 공유하는 정보로 소비하기 위해 돈을 지급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던 시절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자연스러워졌죠.

어쩌면 메타버스에서 가상 캐릭터로 경제활동을 한다는 기이한 생각이 당연하게 자리 잡힐 수도 있어요. 최근엔 웃지 못 할 소동도 있었죠. 프리다 칼로의 원작은 140억 원이었나요? 거금을 들여 사서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인 NFT로 만들고는 원작을 불태워버린 사건이었죠. 아직은 어처구니없는 스캔들에 불과하지만, 어쩌면 정말 걸작의 유통만으로는 부족해서 문화적 자산을 토큰화해서 함부로 복제하지 못하게 한 뒤, 책처럼 다량의 작품을 유통하며 거액을 벌어들일 수도 있겠죠. 유일무이한 문화재보다는 싸겠지만, 한정 수량만을 판매하면 에르메스 같은 명품처럼 유통될지도 모르죠. 위작의 유혹이 대체 불가능한 토큰인 NFT로 영역을 옮겨가는 거죠. 그게 성공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미 인간들은 자산을 굴리기 위한 다양한 방식을 찾아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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