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동호 & 천재론2.1
[목차: 천재론]
◑ 1부. 부자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 천재를 유형별로 분류하는 세 가지 방식
♬ 천재는 홀로 태어나는가?
♬ 자본주의와 천재
◑ 2부. 창의적 도전과 보상 체계
♬ 인정 욕구와 눈치 보기
♬ 정당한 보상과 문화적 토양
♬ 천재의 덕목
(→ 목차 상세보기)
※ 「등장 인물의 관점 & 소개글」 보시려면 → 목차 상세보기
[2.0] 동호: 그럼에도 낭중지추는 있고, 그걸 알아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말이에요, 이처럼 빡빡한 자본주의라는 공룡을 이겨먹으면서 태어나야 하는 존재가 천재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믿는 거죠. 그런 존재가 진정으로 있을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그렇게 꿈꿔보는 건 할 수 있죠.
그런 존재가 나타났을 때 그들을 알아보는 것, 그것도 괜찮은 일이죠.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알아보고는 질투로 천재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근거 없는 일화도 있다지만, 어쨌든 그 질투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죠. 그래서 훗날 천재와 수재를 그렇게 겹쳐 두고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악연을 설정했겠죠. 그만큼 사람의 구미를 당기는 소재였어요. 특히 살리에리가 기도하며 “천재를 알아보는 안목만 주시고 그 재능은 주시지 않으셨다”라며 절규하는 장면이 인상에 남아요. 저라면 그런 안목이 있다는 것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들 테니까요. 오히려 겁쟁이라 저 역시 부자가 된 천재를 꿈꾸는 입장에서 제가 돈을 벌어서 테오의 심정으로 고흐 같은 미지의 천재를 돕고 싶어질 듯해요.
때로는 비범해보이는 천재도 자본주의에 가려져 제대로 호출받지 못하고, 위험해보이는 천재는 법적인 제재를 받기도 하죠. 또 하찮아보이는 천재는 유튜브에서 쓸쓸히 자기만족을 위해 기록을 올리고 있을지도 모르죠. 그런 이들 중 어떤 이는 운 좋게도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요. 다 알아챌 수는 없지만, 알아챌 수 있다면, 그 역시 수용자의 재능이요 소중한 미덕이라고 보는 거예요.
기성 체제로부터 탈주하는 천재들은 그 모험의 끝에서 우리가 잊고 말았던 자본주의 바깥의 존재 가능성을 우리에게 알려줄 거예요. 우리가 그만 느슨하게 사는 대로 살았다는 것을요. 천재는 그런 면에서 상상력을 자극해주는 존재가 되죠. 그 상상의 결과물이 우리에게 긍정적 가능성을 선물해주는 것이라면, 스스럼없이 그들을 천재로 호응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맥락에서 하찮아보이는 천재는 당장에는 자본주의와 친화적이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물감이 들더라도, 특별히 더 애착을 보여야 한다고 보고요. 당장 잘 포장된 수재에게 휘둘리더라도 비범해보이는 천재는 여러 내재된 판단 체계의 망에서 결국엔 제대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면, 하찮아보이는 천재는 기약이 없어요. 심지어 그들이 하는 일이 딱히 우리에게 미래의 긍정적인 가능성마저 선사해줄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면, 더더욱 이게 뭔가 싶죠. 그때 이것을 적극적으로 알아봐주는 것이 우리의 역량이라고 믿어요. 그게 우리 사회의 역량이겠죠. 우리 사회의 가능성이 될 거고요. 환대하는 법은 난민이든 천재든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