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동호 & 천재론3.1
[목차: 천재론]
◑ 1부. 부자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 천재를 유형별로 분류하는 세 가지 방식
♬ 천재는 홀로 태어나는가?
♬ 자본주의와 천재
◑ 2부. 창의적 도전과 보상 체계
♬ 인정 욕구와 눈치 보기
♬ 정당한 보상과 문화적 토양
♬ 천재의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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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장 인물의 관점 & 소개글」 보시려면 → 목차 상세보기
♬ 정당한 보상과 문화적 토양
[1.0] 동호: 합리적인 수재 양성 시스템으로 창의성을 알아보는 안목을
사실 사회의 틀 자체가 굉장히 빡빡하다 보니 천재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요? 천재는 사서 고생해서 독박을 쓰는 사람이잖아요. 삐끗 하면 나락인 삶인데 말이죠.
충분한 보상이 있다고 해도 천재는 우리가 육성하려고 한다고 육성되는 존재는 아닌 것 같아요. ‘천재를 양성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까지 봐요. 천재는 그냥 호명되거나, 자연발생적으로 태어난다는 시각이 그럴듯하죠. 수재를 양성하려는 것은 합리적이지만요. 시스템에서 요구하는 가치와 규칙을 탈주하는 존재를 우리가 돈을 들여서 일부러 만들어내기도 어렵고, 그렇게 상상할 수 있는 방식이라면 천재를 예측할 수 있다는 건데, 그렇게 예측하고 바라는 방식으로 등장하는 천재가 과연 천재가 맞을까요?
그저 더 합리적인 수재를 최선을 다해 양성하고, 그들이 천재를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최선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우리가 어렸을 적부터 사교육을 받으면 열렬하게 입시 시스템의 승자가 되려고 하는데, 이게 다 천재보다는 수재로 성장하려는 몸부림이죠. 민규 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테크니컬 수재는 사회에서 괜찮게 행세하니까요. 테크니컬 천재는 아무나 되는 것도 아니고요. 이 경우엔 시스템 내에서 특별하게 몇몇만이 대접받는 거잖아요. 제가 언급한 양성 불가능한 천재는 패러다임의 천재 정도에 해당할 거예요.
그런 천재의 가치를 알아보려면 수재로 성장하는 우리가 상당한 안목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은 여유도 없고 안목도 좁은 기능적 엘리트를 양산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아요. 모두가 빡빡한 교육 과정을 거치면서 아차 하면 회생 불가능한 과정을 통과하죠.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산더미로 과제를 부여받아요.
전 그냥 교육에도 여유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그러면 느슨해져서 애들이 공부를 게을리 할 거라고 하던데, 일단 그게 뭐 어떤가 싶고요, 지금처럼 열심히 하는 게 삶에 도움이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대학교 간 문과생이 수학책을 아예 펴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 정도로 고난도의 수학을 왜 그토록 열심히 했었나 싶고요. 논리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중학교 정도의 수학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죠. 매일 책상에 앉아서 반복 학습하는 방식이 아닌 사색하는 공부를 몽상하곤 했었죠. 현실적으로 당장 힘들겠지만요.
실컷 놀다가 뒤늦게 깨달아도 회복이 가능하던 시스템을 몽상했죠. 예전에 고3 때 뒤늦게 정신 차려서 미친 듯이 공부해서 학력고사에서 모든 걸 회복하고 명문대에 진학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처럼요. 지금도 정시에 온 힘을 집중할 수는 있지만, 그만큼 확률적으로 문틈이 더 좁아졌어요. 그래도 나름 내신을 꾸준히 공부한 학생, 논술에 자신 있는 학생, 정시에 뒤늦게 매진하는 학생을 모두 살리는 구조는 괜찮죠. 그 모든 전형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 탓에 원래의 취지가 무색했지만요. 여전히 주입식 교육이 크게 달리지지 않은 것도요. 대학을 가기 위해서라면 자기 의견 따위는 쉽사리 포기할 수 있죠. 학생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