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원이 Mar 11. 2024

놀이글: 혼융인용과 코멘터리

칼럼

[목차: 바깥의 글쓰기]

♬ 인용글 활용: 삐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 

♬ 탁월한 편집: '국화와 칼'과 교양서적

♬ 인용: 교양서 저술 때 유의 사항

♬ 재즈문화사: 교양서 주제 선택 때 유의 사항

♬ 목차 타이핑: 교양서 집필 때 유의 사항

♬ 인용 표기법: 교양서 집필 때 유의 사항

♬ 지식놀이: 편집인용과 그 사례

♬ 놀이글: 혼융인용과 코멘터리

♬ 르포 일기 수집: 교양서를 쓸 시간이 없다면

♬ 미디어비평: 코멘터리의 종류

♬ 트위터에서 보았던 기법 두 가지

♬ SF: 전자책과 링크 기법 

♬ 직장인 창작: 미니픽션과 에피소드

♬ 미니픽션

♬ 에세이, 글쓰기의 멀티플레이어

♬ 상호텍스트성: 링크가 너무 많다는 건

♬ 1인칭 문학: 픽션에세이와 사소설

♬ 매드무비와 팬뮤직: 매쉬업과 리믹스

♬ 성경의 글쓰기 방식 





♬ 놀이글: 혼융인융과 코멘터리

혼합인용은 둘 이상의 출처에서 재료의 본질을 살리면서 편집하는 방식으로, 교양서에서 주로 사용하는 인용법이다. 유사한 정보를 같은 맥락에서 잘 조합하는 탁월한 편집 자체가 사실은 혼합인용을 기반에 둔 것이기 때문이다. 유사한 정보를 같은 맥락에서 잘 조합하는 ‘탁월한 편집’ 자체가 혼합인용을 기반에 둔 것이다. 수많은 직접인용과 간접인용은 이렇게 혼합적으로 결합되어 또 하나의 작품이 되는 셈이다. 

혼융인용은 여러 출처의 정보를 하나의 글로 묶어낸다는 점에서는 혼합인용과 비슷하지만, 그 성질을 바꾼다는 점에서 확연히 다르다. 어쩌면 경솔하게 남용되면 ‘오용’이라 비판받을 만한 인용법일 수도 있다. 편집인용 중 변용으로서 다른 맥락에 놓는다든지, 조금 더 과감하게 패러디 등의 놀이로서 정보 재료를 활용하는 접근법이다. 때로는 엉뚱한 해석으로 전혀 다른 의미를 끄집어내곤 한다. 때로는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내용을 기존의 콜라주 재료로 혼융인용해서 놀이적 성격을 강화하여 드러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자주 활용하는 놀이글 형식에서는 대개 혼융인용을 쓰는 셈이다. ‘연예인 이미지를 활용하여 콜라주 작업을 한 팬질글’에서 다양한 연예인 이미지는 실제 저작권자나 초상권자가 원래 쓰고자 하는 맥락을 따르지 않을 때가 많다. 즉, 대개는 처음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활용했다고 할 수 있다. 상대의 정보를 그대로 이어 받기도 하지만, 상호반응하듯 가정하면서 그 정보를 전혀 다른 의도로 씀으로써 놀이를 전혀 다른 국면으로 몰고 가는 셈이다. 이는 사실 인터넷의 포토 에세이 중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글쓰기 전략이기도 하다. 때로는 순간적으로 트위터 타임라인에 뜬 시를 그대로 캡쳐해서는 그걸 중심에 두고, 글을 혼융적으로 편집하기도 한다. 놀이적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다. 

물론 놀이글처럼 상호반응적 작동구조를 상정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혼자서 창작하듯 하면서 혼융인용을 적용하는 것을 기본에 둔다. 예를 들어 여러 시를 무작위로 골라서 자기가 쓰고자 하는 방향으로 글의 문구를 뽑아내고, 온전히 편집인용 때처럼 문구를 그대로 살릴 수도 있고, 약간의 수정을 거칠 수도 있다. 이미지의 경우라면 그 이미지를 설명하거나 이미지로부터 추출되는 엉뚱한 상황을 글로 제시함으로써, 그 이미지의 원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그 놀이글 중 아주 간단하게 하나의 정보를 활용하여, 혼융인용적으로 창작한 예를 들어보자. 아마도 익숙한 글쓰기 방식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우선, 하나의 이미지에 대해서 덧붙이는 (원피스) 창작을 소개했다. 이미지에 상관하는 긴밀한 내용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그냥 이미지를 해석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냥 설명한 것은 아니다. 문학적 해석이라고 해야 할까. 인용법으로 표현하면 문학적 오용, 문학적-의도적 오독이라고 해야겠다. 하나의 출처를 끌어왔음에도 혼융인융적이 된 데에는 문학적 오독으로 기능하는 촌평이 있어서 두 요소가 혼융되는 것으로 보았다. 또 사실상 여러 이미지를 콜라주적으로 배치하고 그것에 해석을 가미한 놀이글 형식의 최소 단위라는 점에서 혼융인용으로 보기도 했다. 사실 중요한 지점은 아니다. 의도적으로 오용된 코멘터리로 보아도 상관은 없다. 이때 이미지 밑에 배치한 글을 코멘터리로 볼 수 있다. 

코멘터리 기법은 트위터에서 많이 보인다. 촌철살인의 시사 촌평으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경우도 참 많다. 다양한 유머 감각을 엿볼 수도 있다. 때로는 실없기도 하지만, 의식적으로 마치 하이쿠나 미니픽션처럼 정제되어 의식적으로 코멘터리에 접근한다면 어떨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특히 미디어 수용력을 고려할 때 분량이 짧은 비평적 촌평은 나름대로 문학적이자 비평적인 여운을 줄 수도 있다. 이건 정보 수용자로서 나름대로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중요한 표현 수단이라고 생각하지만, 언뜻 보기에는 그냥 댓글, 소모적 비트쯤으로 여길 수도 있다. 긴 글도 아니고, 시도 아닌데, 이게 뭔가 싶기도 하고, 한담 같기도 하고 그럴 것이다. 이에 대해 진지하게 살펴보려 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겠다. 

‘이 글은 코멘터리로 보아야 하는가, 예술적 놀이로 보아야 하는가, 오용으로 보아야 하는가, 혼융인용으로 보아야 하는가?’

보는 사람에 따라 인용의 의미는 달라진다.      


여기에 덧붙여, 각자의 마음과 상관없이 저작권과 관련된 문제도 남아 있다. 이 경우라면 이미지 자체를 다른 것으로 바꾸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것을 그대로 모사해서 그리는 2차 작업을 한다고 해도, 이미지의 개성을 지우기 어렵다. 우연히 그렇게 자란 토마토를 찍은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사진에도 창작자의 개성이 스며 있다. 그리고 포착을 통하여 독특한 이미지를 제시하였으므로, 이것을 벗기는 가공 작업이라는 게 어려워 보인다. 협업이라면 가능할 것이지만, 그 역시 부가적인 관계 수립의 노력이 필요하므로, 애초에 처음부터 작업할 때 일관된 출처의 이미지로 협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지 않고 전체를 자기 작품처럼 쓴다면 도용이 될 것이요, 허락을 받지 않았다면 출처를 밝혀도 무단전재의 문제는 남는다. 

그래서 애초에 저작권이 만료된 이미지거나, 무료로 풀린 이미지거나, 협업이 성립된 이미지로 작업해야 출판이 가능해질 것이다. 또 저작권이 만료된 이미지더라도 명화일 경우, 독자의 심리적 거부감을 이겨낼 만큼 정당성을 확보하는 문제가 남았다. 

대개는 연습 차원에서 활용할 만한데, 그런 경우라도 나중을 대비해, 이미지의 출처를 남겨두는 편이 좋다. 그래야 해당 저작권자와의 접선이 쉽겠다. 혹시 아는가? 상황에 따라 록그룹처럼 저술 그룹의 집단 창작을 추구할지.      






매거진의 이전글 지식놀이: 편집인용과 그 사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