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글 & 조선풍속화
남자가 여자를 만났을 때 결혼하면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주겠다는 고전적 허풍은 이제 그러려니 합니다.
여자와 남자는 같은 인생 범주 안으로 들어왔고, 아내 된 여인은
독박육아가 못내 서운하여도, 남편에게서 야근하느라 미안하다며 자신에게 와준 것이 그저 감사하다는 손편지를 받으면, 허탈하면서도 그래도 자신의 노고를 알아주는 것 같아 인생이란 다 그런 거라며 웃고 맙니다.
조금 더 자란 아이에게 엄마는 태몽을 말해주곤 하였습니다.
지금은 죽었다는 노견이 아이가 태어날 당시 달 밝은 밤을 보며 앉아 있는데 멀리서
호랑이가 걸어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자신이 노견에게 "멍구야 피해!"라고 말하려는데 멍구는
기다리던 사람이 온 것처럼 얌전하였고, 호랑이 역시
노견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반가워 하더니, 집안으로 들어왔다는 태몽이었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능력으로 세상에 이름을 떨치겠다는 꿈을 지녔고,
이름 석자 크게 박으려는 욕망에 사로잡혔지만, 인생이란 늘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어서
명함에 박을 직함 하나 변변한 것이 없고 그 이름 아는 사람 하나 없었습니다.
술을 마시고 친구에게 인생 제대로 살라는 조언을 듣고는, 폭주하여 싸움이 나고,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월세로 어렵게 버티던 삶은
외롭기까지 하였습니다. 그 아이는 이제 그저 그런 어른아이가 되어서는
그런 자신을 걱정하는 어머니 생각에 미칩니다. 그리하여 낙향하기로 결심하고는 마지막으로 초라한 행색이라도 숨겨 동네사람들에게 면이라도 서려는 마음으로
말과 임시 시종 하나 구해서는 고향을 내려갔습니다. 아버지가 혹시나
노름으로 집을 날리지 않았다면 집에서
소를 부려 농사를 짓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아버지가 집과 논마지기를 노름으로 다 날렸으면,
동네 어르신에게 기술을 배우거나,
전국을 돌며, 장사라도 할 결심을 하였습니다. 현실은 일주일 뒤부터 게으름이 번져서 어머니께 구박을 받는 상황이었지만, 낙향 때는 분명 결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