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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Mar 22. 2024

나는 짬뽕이다

성분 혼동 & 주술 호응

중화반점에서 자주 듣던 문장이 있다.


나는 짜장면! 
나는 짬뽕!


차를 주차하고 들어가려는 사람이라면 먼저 자리를 잡으려고 가게에 들어가는 동행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짜장면이다!
나는 짬뽕이다!


개인적으로는 짜장면보다는 짬뽕을 더 자주 시키는 편이라, "나는 짬뽕" "나는 짬뽕이다"로 통일하겠다. 물론 ‘짜장면’이라 해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자장면’이라고 하여도 상관없다. ‘잠봉’은 쓰지 않는 표현이므로 제외하겠다.     

어쨌든 "나는 짬뽕, 나는 짬뽕이다"라는 문장은 언뜻 보기에도 주술 호응이 되지 않아서 비문처럼 느껴진다. 예전에는 구어체에서만 허용되는 표현으로 문어체로 글을 쓸 때는 가급적 피하려고 했던 문구 표현이기도 했다. 그렇다. 비문이 아닌데, 비문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데, 그래, 어쨌든 쓰고 있다면 비문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 우리가 쓰는 것을 문법으로는 충실히 설명해야 하므로, 그것을 맞다고 전제해야 함에도, 아무래도 피하고 싶은 문장도 있는 듯하다. 

"나는 짬뽕"이라고 하니 어쩐지 ‘나는 학생’처럼 자신을 소개하는 것 같았고 내가 막 고춧가루 뿌려지고 각종 해산물과 면발도 가득할 것만 같았다. 눈이 시큰거리고 코가 매울 것 같다.

"나는 짬뽕이다"라고 하니, "나는 아이언맨이다" "나는 슈퍼맨이다" "나는 (본분을 잊지 않은) 대한민국 학생이다" 등등으로 선언하듯이 쓰일 것 같다. 이쯤 말하다 보니, 어쩐지 ‘니미뽕’이란 비난을 들을 것만 같다.      

이래저래 피하게 되는 표현이었지만, 구어체 자체를 문법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 역시 가능하므로, 어느 날엔가는 "나는 짬뽕"과 "나는 짬뽕이다"와 대면한 채로 나 스스로 수용할 만한 분석을 해보려고도 했다. 둘은 기껏해야 ‘~이다’라는 서술격 조사 유무밖에는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그 하나의 차이 때문에 분석 흐름을 달라졌다. 

우선 ‘나는 짬뽕’이라는 문장은 생략의 관점으로 설명하면 적절하다. 


나는 짬뽕(을 주문할 거야)     


반면 "나는 짬뽕이다"라고 하면 내가 짬뽕인 경우라면 모를까 실제로 ‘짬뽕’에 서술격 조사 ‘~이다’가 붙어서 ‘나’라는 주어를 설명하는 서술어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짬뽕일 경우라면 가능하다. <닭강정>이라는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김유정이 닭강정으로 변했는데, 이런 경우라면 "김유정은 닭강정이다"라고 해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나는 학생이다“의 경우와 적절히 대응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짬뽕이다’에서 ‘짬뽕이다’는 안긴문장인 서술절의 서술어로 보는 편이 적절하다. 즉, "나는 / [(내가 주문할 음식은) 짬뽕이다.]"라는 표현으로 보고 있다.  


나는 / [(내가 주문할 음식은) 짬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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