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원이 Apr 30. 2024

세월이 흐르고 나면 달라진 것들이 있다

놀이글 & 브래드 멜다우

우연히 입수한 인터넷 자료로 즉석에서 즉흥 창작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때로는 제한된 몇몇 사진을 활용하여 매번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사진은 제 것이 아닙니다. 저작권자께서 이의 제기하시면 바로 내리겠습니다.
발표용은 아니고, 예시용입니다. (→소개글 더보기)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궁금해서 샀던 재즈 음반이 세 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조슈아 레드맨의 <무드 스윙>, 맥코이 타이너 트리오의 앨범 한 장, 그리고 클로드 볼링의 명반 <재즈 피아노 트리오와 플루트를 위한 모음곡>이었습니다. 뭔가 듣는 척하려고 산 것이기도 했고, 호기심 때문에 사기도 하였는데, 그즈음 마일즈 데이비스의 <비치스 브류>를 샀다가 당혹스러워 했던 친구보다는 탁월한 선택을 한 것이었죠. 그럼에도 클로드 볼링의 음반 외에는 낯설었습니다.

"뭐여? 이게. 막 잡음이 들리고. 베이스가 한적하게 걷는 것 같아. 이러다 잡음 사이로 새소리도 들리겠어."


그토록 공간이 비어 있는 음악은 이상했죠. 결국 오래 듣지는 못했습니다. 당시엔 얼터너티브 록이나 스래시 메탈처럼 공간을 강렬한 음으로 가득 채운 음악 스타일을 좋아했으니까요.

그런데 하려는 얘기는 이게 아니고, 25년쯤 음악을 간헐적으로든 열혈하게든 듣다 보니, 한 가지 세월무상을 느낀 게 있었습니다. 당시 정체를 알 수 없어 얼터너티브 메탈, 헤비 메탈인데 약간 희한한 음악으로 분류되던 툴의 음악, 그때는 조금 어려웠죠. 자주 듣지는 않았지만 인상적이긴 하였습니다.

그리고 당시엔 펄잼을 너바나의 후발 주자로만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펄잼의 위력이 대단해지더군요. 이제는 펄잼은 대그룹이라 할 만하죠.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라디오헤드는 대충 그러다 말 것 같은 하찮은 밴드일 수도 있다고 여겼는데, 그들은 날이 갈수록 압도적인 음반을 계속 발표했고, 종국에는 <OK Computer>였나 그게 90년대 최고의 록 앨범으로 거론된다는 말을 나중에 듣고, 좀 어색했습니다. 심지어 <The Bends>는 참 심심한 앨범으로 들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그것도 지금 보면 명반으로 거론되죠. 라디오헤드는 더는 예전의 브릿팝에서 오아시스와 함께 벼락스타가 된 그룹으로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도 영원한 1인자일줄 알았던 너바나의 <네버마인드>보다도 라디오헤드와 <OK Computer>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데에서는 망설임마저 생겼습니다.





"세월에 장사 없네."

한동안 록을 안 듣다가 우연히 알게 된 일이었죠. 21세기의 하드코어, 이모코어 등등은 서태지의 <울트라맨이야>로 잠깐 알고, 록 마니아가 그쪽으로 열광하여서 어떤 스타일인줄만 알았지, 록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으니까요.





"세월에 아무리 장사 없다고, 코로나 때문에 장사를 접고 자가격리하며 짜파구리 먹을 줄이야!"


그런데 이제는 2016년을 기점으로 그동안 꾸준히 하락세였던 록이 더는 최고의 대안팝 장르는 아닐 수 있다는 데까지 이르고, 롤링스톤즈에서도 대안팝으로서 힙합에 더 주목하는 걸 보고는 세월무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개인적으로 록의 느낌을 좋아하니까요.





그에 비하면 재즈는 늘 한결같이 인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그대로 있었죠. 오히려 그대로 있었음에도 내가 미처 몰랐던 유럽현대재즈의 깊은 맛을 요즘에야 본격적으로 느끼는 중입니다. 재즈는 더 깊어지고 있었고 더 넓어지고 있었죠. 인기를 포기하니 대가는 컸지만, 그래도 음악가 중에는 분명 재즈의 마력에 빠져서 도저히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들이 있었고, 이들은 소수라도 꾸준히 세계적으로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그만큼 이제 재즈는 세계적으로 음을 탐구하는 이들에게 깊이 자리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대중음악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런 재즈에서도 뜻하지 않은 위상 변화는 있었는데, 예를 들어, 예전에는 그저 실력 있고 유망한 연주자였지만, 이제는 거장이라 불리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팻 메스니는 예전의 느낌과는 다르게 다가오죠. 예전에는 실력파 인기 뮤지션이었다면, 이제는 큰 산과 같습니다. 자신의 스타일을 추종하는 음악가들도 많아졌고요.

개인적으로는 조슈아 레드맨의 첫 앨범 <무드스윙> 때 피아노를 치던 브래드 멜다우가 눈에 밟혔습니다. 지금은 이제 자기만의 독보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하는 행보를 하고 있는 듯하고요. 늘 공부하는 학구파 재즈 피아니스트 같습니다.





바흐도 공부하고, 실험적 요소도 꾸준히 탐구하고, 정통적 요소부터 팝에 대한 해석까지 거칠 것 없이





"나는야 브래드 멜다우. 재즈는 혼동의 짜파구리. 아름다운 냄새의 향연이여!"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엔 늘 브래드 멜다우가 스며 있죠. 저로선 음악을 듣다 지치면 자꾸 브래드 멜다우를 듣고 있습니다. 요즘엔.





그가 건반을 치려고 준비하면 저도 뙇 하고





멜다우의 음들에 심취하여 열정이 들끓어오르고, 그의 음에 엉덩이를 걷어채이고 맙니다.





"너무 좋잖아."

편안하게 감탄할 준비를 합니다.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종종 그럽니다.





브래드 멜다우: Song Song

매거진의 이전글 식탁을 옮기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