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성분 판별할 때
코끼리는 코가 길다
이런 서술절이 있을 때 주격조사 ‘이/가’를 넣어보면 대개는 서술절 안은문장의 주어를 판별할 수 있다.
코끼리가 코가 길다
이를 통해서 개인적으로는 한 가지 문제를 해결했다. 예전에는 주격조사 ‘이/가’를 직접 넣어보지 않고 애초에 문장을 해체하려는 목적으로 일단 ‘을/를’을 넣어서 목적어인지 파악한 뒤, 목적어가 아닐 경우, 그냥 ‘~ 시, ~할 때, ~의 단계에서, ~ 경우’ 등등으로 바꾸어서 대체로 어울린다면 주어가 아닐 가능성이 놓다고 보고, 그냥 문장을 다른 방식으로 고쳤다.
그런데 이럴 경우 서술절에는 잘 판별이 되질 않곤 했다. 예를 들어 ‘의자의 단계에서, 의자의 범위에서, 의자의 경우’ 등등으로 고쳐보면 ‘의자의 범위에서 다리가 네 개다’라는 표현은 다소 어색할 순 있어도 틀렸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의자’는 ‘의자는 다리가 네 개다’의 주어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해야 하는데, ‘의자’는 서술절을 안은문장의 주어다. 한국어에는 독특한 서술절 해석법이 있어서 그때는 이런 판별법이 먹히질 않았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등잔밑이 어둡다고 너무도 간단한 기본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을/를’을 대체해 넣어서 목적어를 판별했듯이, ‘이/가’를 넣어서 주어를 판별하면 될 일이었다. 그럴 때 다른 문장에서는 관념적 주어의 의인화 등을 염두에 두어야 하지만, 서술절을 안은문장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았고, 일단 직접적으로 주격조사를 넣는 것이니 일반 문법에서 공인받은 문법 해석법인 서술절 해석법이 작동하지 않을 리 없었다. 그렇게 뜻밖에 서술절 안은문장의 주어 판별은 간단히 해결된다. 하나의 과정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그건 ‘이/가’ 대체어로 넣어보기 과정이었다.
참고. ‘~은/는’ 대체어 넣어보기
그런데 이러고 보니 한 가지 욕심이 생기기는 했다. 현행 문법 체계에서 세 단계를 거쳐서 판별을 해서 주어의 가능성을 타진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서술절 해석법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으므로, 서술절을 안은문장의 주어를 되도록 다른 성분, 대표적으로 부사어의 관점에서 보려고 했다. 이럴 때 보통 많이 따라붙는 ‘은/는’을 ‘범위를 한정하는 보조사’로 보았는데, ‘의자가 다리가 네 개다’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었다.
현행 문법 체계대로라면 그냥 자연스럽게 서술절 해석법을 받아들이면 된다. 그런데 만일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우겨본다면 못맞춤법 놀이의 관점에서 ‘이/가’ 역시 보조사로 기능할 때도 있다고 보려고 했다. 실제로 ‘코끼리가 코가 길다’라고 할 때는 ‘가’에 ‘강조’와 ‘지점 확정’과 ‘범위 한정’의 기능이 살아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현행 문법 체계에서 ‘가’가 보조사로 기능하는 경우는 이런 사례에만 한정한다.
방이 그다지 깨끗하지‘가’ 않다.
체언이나 명사형 어미 뒤가 아닐 경우에 따라붙는 ‘가’일 때는 보조사 기능을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걸 개인적으로 못맞춤법 놀이를 할 때는 상황에 따라 ‘은/는’처럼 ‘이/가’ 역시 구어적인 보조사 기능을 한다고 확정해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