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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Jul 09. 2024

비교의 기준과 관점

인식과 추론(99~100F)

글쓰기 외전: 인식과 추론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73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99~100프레임에 해당합니다.






◑ 생각 노트: 비교의 기준과 관점

사실 일반적으로는 기준을 엄밀하게 염두에 두면서 비교 작업을 수행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기준이 원래 없었던 것이라기보다는 기준을 미처 인지하지 못한 채 활용하는 것이라 해야 맞다. 그렇게 보통은 두 대상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메모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렇게 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때도 많으니,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런 경우라도 공통점과 차이점을 각각 1~3개 찾아내고는 이것을 정리해도, 충분히 괜찮은 비교 내용이 추출되곤 한다.

하지만 때로는 이러한 느슨한 비교 작업 때문에 비교 내용이 엉성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단순화해서 두 사람의 신체를 비교한다고 하자. 그때 공통점으로 둘 다 인간이라고 하면, 이미 두 사람이라는 대상 제시 때 나온 정보라 공통점으로 흥미가 떨어진다. 또한, 차이점으로 ‘한 쪽은 팔이 두 개다, 다른 한쪽은 바지를 입었다’는 식으로 다른 점을 제시한다면 차이점으로도 엉성하다. 이런 식이라면 차이점으로 수많은 엉뚱한 정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오늘 하품 했고, 그녀는 2년 전 공부했다.’ 이런 것도 차이라고 들게 된다. 이 경우는 단순화된 예지만, 대상을 조금 더 분석해야 할 만큼 낯설다면, 뜻밖에 이런 식의 생산성 없는 비교 작업을 하게 된다. 복잡한 경제 분석 대상이라면 더더욱 무의미한 정보로 공통점과 차이점을 채워 넣고도 그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 먼저 대칭을 이루는 역할의 기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은 알고 보니, 치질을 앓고 있었다고 공통점을 제시하고 병의 증상을 완화하는 약을 기준으로 복용한 쪽의 증상과 복용하지 않은 쪽의 증상을 차이점을 들 수 있다. 또 둘 다 얼굴이 있는데, 얼굴 모양을 기준으로 한쪽은 각지고 다른 한쪽은 동그랗다는 차이를 파악할 수도 있다.

이때 기준 추출에 대해 엄밀할수록 비교의 작업이 선명해지고 날렵해진다. 또한 대상에 유의미하게 밀착하는 날카로운 관점을 뽑아서 기준으로 삼은 덕분에, 대상의 차이를 선명히 대비하거나 수월하게 공통된 특징으로 묶을 수 있다면 비교 작업이 탁월해진다.


물론 먼저 브레인스토밍하듯이 각 대상을 요약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먼저 할 수 있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냥 ‘얼굴이 각지다, 얼굴이 동그랗다’란 정보를 제시할 수도 있는데, 이것을 줄 잇기 하듯이 연결해서는 ‘얼굴 모양별’이라는 기준을 후순위로 추출하여도 괜찮다. 또한, 1차적인 핵심 관점인 정보, 여기서는 ‘얼굴 모양’이라는 핵심 관점을 기준으로 삼았는데, 분석 단계에서는 2차적으로 산업적 관점을 적용할 수도 있다. 그럴 때 ‘얼굴이 각진 손님’은 성형 수술의 견적이 많이 나온다는 방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또는 스타 시스템의 관점에서 과거의 미남형이 각진 형도 제법 있었다면 이제는 계란형을 선호한다는 식으로 분석할 수도 있다. 당연히 ‘산업적 관점’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요즘 얼굴 모양이 각진 것보다는 동그란 형태를 선호한다면서 어째서 그런지 ‘why’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을 내면서 인식이 추론의 차원으로 밀려나갈 수도 있다. 그렇게 대칭 정보로 ‘얼굴이 각진 것이 스타 얼굴형과 멀어졌다’ ‘요즘에는 동그란 얼굴 형태가 더 인기 있다’는 정보를 연결 지어서는 후순위로 ‘산업적 관점’과 ‘스타의 얼굴 형태’라는 2차 기준을 추출할 수도 있다.

사실 기준과 관점의 개념은 매우 까다로울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수많은 관점 중 그때마다 필요한 핵심 관점으로 정보를 분류하는 정도의 역할을 할 때 ‘기준’이라 부른다. 그런가 하면 어떤 내용을 갈아서 펼쳐내는 함수상자(프리즘)의 느낌 정도로 ‘관점’이란 용어를 활용하는데, 임의적일 뿐이다. 예를 들어 0을 기준으로 음의 숫자와 양의 숫자가 갈린다. 0은 심지어 관점으로서 함수상자로 쓰기도 애매한데, 그만큼 기준으로선 선명하고 간결하다. 물론 0이 아니라 5를 기준으로 삼을 경우 ‘5를 영점으로 삼는 관점’이므로 모든 숫자의 좌표 이동이 불가피해진다. 그리고 ‘5를 영점으로 삼는 관점’에는 다른 정보가 없을 만큼 단순하다. 그런데 만일 자본주의 관점을 핵심 관점으로서 기준으로 삼는다면 자본주의에 관한 다양한 배경 지식이 활용될 수 있다. 심지어 성장률 0%를 기준으로 마이너스 성장과 플러스 성장을 구분했다면, 자본주의 관점에서는 마이너스 성장은 피하고 싶은 숫자가 된다. 함수상자에 들어갔다 나와서 마이너스 성장이 의미를 갖는 것이다. 공산주의 관점에서는 마이너스 성장이 상시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의미로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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