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껄끄러운 선택

산문

by 희원이

지하철을 탄 여자는 이어폰을 꽂고, 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들었다. 그러다가 은혜를 받아서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때, 갑자기 등 뒤 의자에 앉아있던 한 사내가 일어나서는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다가 다시 앉았다. 그러고 다시 섰다가 앉기를 반복하였는데,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지만, 곧 모두들 모른 척하였다. 그런 일은 종종 있었다. 지적 장애우인 듯했고, 다만, 사내는 180센티미터쯤의 키에 몸집이 좋았다. 분명 표정에는 세상과 크게 상관없는 듯한 눈빛을 띠고 있었다. 처음엔 몰랐으나, 돌출 행위를 하고 난 뒤여서, 그렇게 느껴졌다. 대개 판단이란 그랬다.

여자는 고민을 했다. 지금 그 자리를 뜨는 것이 평소 때라면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어쩐지 그 자리를 뜰 수 없었다. 혹시나 그 남자가 위협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 자체를 누그러뜨릴 수는 없었으므로, 창가에 비친 그를 주시했다. 지하철이 지하에서 올라와 지상을 달릴 때는 창가에 그가 잘 비치지 않았으므로, 조금 더 신경 써서 창가를 바라보아야 했다. 언뜻 보면, 차창 너머 풍경에 집중하는 듯했다. 고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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