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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Jul 06. 2024

촉진하다, 개선하다, 향상하다

사동의 의미 내포 & 능동과 타동의 형식

사동형은 어쩌면 문장을 고민할 때 가장 어려운 지점이다. 한글 맞춤법 검사기를 돌려도 언뜻 원칙이지 않을까 싶은 지점에서 가장 허용 가능성이 높고, 본용언 보조용언의 허용도와도 달리, 조금 애매한 기준으로 허용하는 느낌도 든다. 그러면서 ‘~시키다’라고 해도 전혀 문제가 없기에 문장에서 의미의 혼동을 일으키는 점이 없다는 요건 때문에 지금도 우리 언어에서 가장 급격히 허물어지는 지점, 좋게 말해서 어법의 변화가 일어나는 첨단의 지점으로 여긴다.

그래서 학술적 원고를 볼 때 자주 나타나는, 특히 의학이나 화학 등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시키다’의 경우에는 함부로 교정할 수 없게 된다. 그냥 맞춤법 검사기에 줄기차게 고쳐야 한다고 강조하는 몇 가지 사례에서조차 쉽게 건드리지 않는데, 그럼에도 강경하게 고쳐야 한다고 지적하는 몇몇 지점은 때에 따라서 조심스럽게 고치기도 한다.

그런 단어의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촉진하다, 개선하다, 향상하다     


등이 있다. 여기서 촉진하다, 개선하다의 경우 화학이나 의학에서 종종 보이며, 향상하다는 일반적인 원고에서도 자주 보이는 편이다. 당연히 대개는 ‘촉진시키다, 개선시키다, 향상시키다’의 표현으로 드러난다. 다른 ‘~시키다’와 함께 이것 역시 의미의 오독에 영향을 주지는 않기 때문에 어법의 옳고 그름을 생각하지 않고 은근히 못 본 척하기도 하지만, 맞춤법 검사기조차 다른 사동형에 대해서는 은근히 통과시키거나 단순 권유 정도에 머물면서, 이 지점에서는 상당히 일관되게 고칠 것을 강권한다.

그 근거를 보자면, 이 단어 모두가 타동형을 기본으로 삼기 때문이다. 즉,     


~을 촉진하다, ~을 개선하다, ~을 향상하다    

 

등이 기본형인 셈이다. 타동사인 것이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촉진하다, 개선하다 등에는 기본적으로 사동형의 의미가 스며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한자의 의미에 이미 판매 촉진 ~ 시키는 것이고, 성능 개선을 ~ 시키는 것이다. '~하다'로 했을 때 자연스러운 것을 굳이 '~시키다'로 바꾸지 않는다는 것을 (검사기는) 다른 데서는 코멘트하지 않다고 이런 지점에선 교정 이유로 달아주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향상하다’의 경우에는 능력은 주동의 주체가 스스로 향상하게 하는 것이므로 누군가 감히 향상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굳이 사동을 넣으려면 ‘나는 그가 수학을 향상하게 (독려)했다’하는 식으로 사동의 의미를 ‘~하게 (독려)했다’라는 식으로 첨가하게 된다. 능동이자 주동인 의미로 스스로 어떤 것을 하도록 사동의 명령을 했던 셈이다. 그러나 점점 ‘~하게 했다’의 능동과 주동의 의미가 어디까지인지 모호해지고, 그냥 ‘~ 향상시키다’라고 해도 아무런 의미의 혼란이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향상시키다’를 즐겨쓰게 되므로, 어쩌면 나중에는 허용되는 지점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판매를 촉진시키다(X)
판매를 촉진하다(O)     


그의 어깨를 내회전해 상태를 개선시키다(X)
그의 어깨를 내회전해 상태를 개선하다(O)   

  

그의 능력을 향상시키다(X)
그의 능력을 향상하다(O)     


등으로 오류를 수정하더라도, 훗날에는 이조차 흐릿해질 수 있다. 물론 맞춤법 검사기에 의지하지 않고도 웬만큼 파악할 수는 있는데,     


판매가 촉진되다 (피동: 자연스러움) / 판매가 촉진하다 (능동: 부자연스러움)
상태가 개선되다 (피동: 자연스러움) / 상태가 개선하다 (능동: 부자연스러움)
능력이 향상되다 (피동: 자연스러움) / 능력이 향상하다 (능동: 부자연스러움)  


등처럼 피동인 상태로 자동사 패턴이 자연스럽다면 이를 타동사 패턴으로 전환하다면     


판매를 촉진하다
상태를 개선하다
능력을 향상하다 (능력을 향상시키다 X)     


등이 적절할 때가 대부분이다. 물론 능동과 피동 모두 자연스러운 ‘김치가 숙성하다 / 김치가 숙성되다’ 등이 많아서 아수라장이 되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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