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Part1 (97~100F)
글쓰기 외전: 스타일 Part1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48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97~98프레임에 해당합니다.
- 99~100프레임은 '인식과 추론'에서 썼던 호이징하의 '적극적 개진'에 관한 내용입니다.
◑ 창작 노트: 이미지 없는 글쓰기 시도, 변용글과 코멘터리
연예인 이미지에 의존하는 버릇을 지우려는 건 그동안 글 쓰는 과정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만, 연예인 이미지로 놀이글을 창작하고 연구하던 동안에도 이미지 없이 글을 쓰는 시도 역시 병행하고 있었다. 그 비중이 작았을 뿐이다. 또한 기존의 산문을 쓰는 것을 점점 줄이고 있었다. 의도했다기보다는 점점 이미지로 연결하면서 엉뚱한 효과를 노리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바람에, 산문 그대로 쓸 수 있음에도 그렇게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마치 SNS가 생기면서 블로그에 쓰는 길이보다 짧게 치는 글쓰기에 익숙해지듯, 내 글쓰기 습관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그만큼 연예인 이미지를 활용하는 콜라주 방식은 내게 큰 영향을 주었다. 연예인 이미지가 없으면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가 들지 않거나 산발적인 메모로 내용을 가득 채워 놓았지만, 돈을 받고 하는 일이 아니라면 글을 한 편의 정식 칼럼이나 산문으로 완성하는 빈도가 줄었다. 아직 연예인 이미지에 의존하지 않고 SNS가 유행하지 않을 때는 블로그에 제법 긴 칼럼 같은 글로 정리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러한 버릇이 지워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기존 방식과는 다른 글쓰기 개성을 획득하고자 하는 바람마저 생겼다. 산문을 생각글, 농담글, 메모글 등등의 다른 이름을 불러보면서 이름표를 떼고 붙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뜻하지 않은 가능성을 포착해 보고자 했다. 그런 과정이 대체로 실패했다고 할 수 있지만, 시민 참여적 글쓰기의 관점에서 탁월한 편집가로 접근하여 글쓰기 훈련을 한다는 개념의 ‘변용글’ 스타일을 검토할 수 있었고, 기록비평가의 자세로 접근하여 기존 기사 등의 비평 대상에 촌평을 달거나 ‘문장의 틈새를 살피며 형식주의적으로’ 기록비평하는 ‘코멘터리’ 스타일의 작업 역시 고민해 볼 수 있었다.
다만 이 두 스타일은 주력 스타일이 되기에는 분명한 한계도 있었다. 변용글이야 애초에 저작권 문제를 염두에 두지 않고, 문학 치료 등에서 쓰이듯이 탁월한 편집을 통해서 안목 향상 훈련을 하려는 용도이긴 했다. 반면 코멘터리는 좀 달랐다. 이를 주도적으로 다루는 기록비평가는 정보 불평등 시대에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도 적극적이고도 날카로운 추론을 통해서 안락의자 탐정형의 역량을 발휘하게 하는 정체성이었기다. 따라서 독자적인 기사 편집과 함께 비평과 추론 작업을 통해서 시민 참여 글쓰기를 실천하는 주요한 시민지성의 정체성이자,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정체성을 보았다. 그러니 기존 기사를 문장까지 곱씹어서 의미를 추출하는 스타일에 대한 애착은 컸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출판을 위해서는 스타일을 어느 정도 바꾸어야 했다. 기사 자체를 그대로 놓고 그것의 문장까지 해체하는 방식을 유지하자면, 너무 많은 기사를 직접 인용해야 했다. 그것은 기사 저작권을 침해할 정도로 볼 수 있는데, 그걸 방지하려면 사건을 그대로 건조하게 보도하는 것에 그친 스트레이트 기사로 한정해야 했다. 보도 사진의 경우라면 더더욱 조심해야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반 칼럼 스타일로 전환하고 기사를 간접적으로 언급하는 방식을 취해야 했다. 또는 기사 직접 인용을 최소화해서 편집해야 하는 방식을 취해야 했다. 당시에는 조금 아쉬운 변형으로 여겼다. 사실 기록 비평과 시민 기사글은 SNS에서 실시간적으로 그 파괴력을 더하기에 출판은 보조적인 역할만 한다는 점에서도, 출판에 최적화된 스타일은 아니었다.
또한 당시 과정과 놀이의 관점에서 특화된 개성을 찾아내려는 시도를 하다 보니, 선택과 집중을 위해 코멘터리 스타일에 집중하는 비중을 줄였다. 코멘터리 스타일은 날카롭고 논리적이고 비판적 추론을 하는 특성이 드러났는데, 이는 과정과 놀이의 관점보다는 기존의 진지한 창작 관점이 더 어울렸다. 물론 ‘제한된 규칙’의 지식놀이 방식으로 일정한 가정을 전제로 적극적 추론과 몽상을 개진하여 과감한 의견을 개진하는 기록비평적 놀이까지 이른다면 비평적 영역의 넘어서 지식놀이꾼과 지식게릴라의 정체성으로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는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당시 이 작업에 관한 관심은 후순위로 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