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읊조린지도 벌써 다섯 달이 훌쩍 넘었다
사랑의 힘인지
사회의 힘인지
전에 없던 모든 울타리들이 나를 둘러싸고
세상이 던지는 돌멩이들을 막아주는데
나는 그 사실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죽음에 이르러서야 생의 희열을 느낀다 했던가
이전에는 피를 머리로 토하고
거울 너머로 온갖 세상의 잔상이 남긴 상처를 보았을 때에야
나는 확실히 명랑한 눈동자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제 동굴에 들어온 새끼곰처럼
따스한 온기를 맞이하며 발톱을 정리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분노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끼기 시작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세상을 낱낱이 파헤치며
나의 그림자가 어디에 얹어져 있는지 알아볼
그런 여유가 없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낀다
어쩌면 인격적 성장과 하나의 성숙한 개체가 되어간다 볼 수도 있겠지만
정제되지 않은 본성의 비릿한 향이 하루에도 여러 번 그립다
달이 동그랗게 뜰 때면 눈물이 비치고
길이 반으로 갈라지면 그에 따라 내 몸도 두 개가 되었을 적
내가 품던 어리석지만 생동감 넘치던 오기
그렇게 날뛰던 놀라운 온도의 한기가 이제 명멸하며
빛이 만들어낸 어둠 속에 잠자코 몸을 숨기고 있다
그림자는 늘상 빛을 질투했고
그 때문에 빛은 언제나 자만했지만
언제나 그 둘은 서로의 실재 아래에서만 존재했다
선이 꼬리에 달고 온 악과
빛이 저문 하루의 끝에 몰고 온 어둠
사실 이 모든 순환은
시작을 논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