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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양 Nov 22. 2021

태양과 달의 달리기 경주

아침놀과 함께 내 발 끝에 물이 차올랐다.

속 좁은 구멍과 얼굴을 부리나케 감추는 아이들을 뒤덮고 

파도는 인간들의 선 바로 앞까지 쓸려와 

나의 마음을 차갑지만 안정감 있게 감싸 안았다. 


내리쬐는 태양과 

그 해의 그림자를 쫓는 짐승 무리가 

헤아릴 수 없는 지평선에서 달리기 시합을 하고 있었고,


그걸 본 우리들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 

씁쓸한 뭍에 틀어박혀있던 입가의 미소를 꺼내 

소심하지만 조금은 자신 있게 비추어보았다. 


언제까지 달리려나 

태양과 그를 뒤따르는 그림자는 이미 시야에서 가려졌고 

그 둘을 추격하는 짐승 무리들도 이제는 꼬리만 간신히 보였다. 


고개를 돌려 본 세상의 저편에는 달이 메워지고 있었고 

건조하지만 악하지 않은 정성이 악수를 청해왔다. 


이내 모든 낮의 경험을 따라 파도는 감췄던 땅을 드러냈고 

이때다 싶어 찾으러 달려간 우리는 

모든 속 좁은 구멍과 얼굴들이 사라진 걸 보고 적잖이 당황했다. 


푹푹 빠지는 발에 불안을 느끼며 

이곳이 그들의 집인지, 아까 확인한 진실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모든 것들이 새롭게 덮여 정답을 거추장스럽게 했지만 

떠오른 달은 아까와 달리 

모든 그림자 속에서 빛을 비춰내고 있었으니 


그걸 본 우리들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 

이미 묻히고 옮겨간 진실을 찾던 어리석음을 주머니에 구겨 넣고 

다시금 헤엄쳐 올 시간을 비추기 위해 등대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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