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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양 Nov 23. 2021

나의 오늘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정적을 따라 흘러들어온 새벽의 공기 

막이 내려간 무대의 한 가운데

유일하게 빛이 드는 곳으로

옹기종기 우리가 모였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기라도 하듯

꽤나 가까운 거리를 서성거렸고

침묵 속에서 연결된 정신은 같은 질문을 되뇌었다


우리의 오늘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괜시리 쓰다듬던 식어버린 어깨

안타깝게도 뒷면에는 무엇도 쓰여있지 않았다

질문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새벽하늘에 새겨진 몇 자의 문구는

죽었던 심장을 다시 쿵 하고 뛰게 만들었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양손에 불을 들고 쏜살같이 지나치는 것들과

잔뜩 몸을 불려 살아있기를 갈구하는 생명이

붕괴되는 질서 속에서 뛰는 피의 박동을 느끼는 것

그것으로 충분했다


다시 나는 빛이 없는 곳으로 걸음 했다

생각들은 고요함 속에 흩어졌고

날 기다린 따뜻함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담배보다 독한 한기의 냄새가

짙게 내 몸에 배어있었다


나의 시간보다 훨씬 오래 침묵을 지킨

깊은 차가움의 향이 배어있었다




나의 오늘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

잠이 오지 않는 새벽녘에 집을 나섰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집과 일을 이어줄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옹기종기 정류장에 모여있었다.

차가운 공기들을 가르고 그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훤히 보이는 곳에 문장을 붙여놓았다.

아무말 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나의 문장이 질문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문장의 시작은 내가 열었지만 마무리는 그들이 하는 것이기에

그것이 질문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들의 삶에 긍정의 균열이 생겨 그 틈 사이로 희망이 들어설 수 있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아마 얼어붙는 공기가 입에 서려 말이 쉽게 떨어지진 않겠지만

아마 죽었던 피가 다시금 심장으로 타고 들어가 공기를 나르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차들은 질세라 우리 귓가를 스쳐 지나갔고,

옷을 잔뜩 겹쳐입은 우리는 이 겨울 한 가운데 무언가 찾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 같았다.


꿈만 같았던 잠깐의 순간을 뒤로 하고 나를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숨만 쉬어도 따뜻했던 온기는 여전히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추운 겨울의 한기가 내 살갗에 깊게 배어있었다는 것.

그들이 타버린 속을 메우려 태운 담배보다 훨씬 깊고

우리들의 역사보다 더 오래 머물러 있던 겨울의 한기가

짙에 나를 감싸고 있었다.


뭐였을까 우리가 이 안에서 찾고자 했던 해답은

뭐였을까 우리가 이 얼음장에 손을 얻고 느끼고자 했던 온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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