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려받은 흔적의 시작

사람 최진수에게 영감을 받아 쓴 시

by 석양


불을 켜고 소파에 앉았다

별들이 쏟아지는 창문 밖은 까맣다

저 별들이 보는 나의 방안은 과연 하얄까


바람은 창을 두드리고

추위를 피해 도망치기라도 하듯

온갖 외침으로 하늘을 쏘다녔다


그러나 나의 방은

사각거리는 연필과

곱게 빚어낸 나의 숨소리만이 가득했다


이 좁은 네 편의 구석

그 안에 무엇이 이리도 많이 쌓여있는지


관심을 주지 못해 먼지 쌓인 나의 역사를

하나 둘 들춰보며 빛바랜 과거를 털어내고

켜진 조명 아래로 자리를 옮겨주었다


나의 시간들이 과거와 현재를 뜀박질할수록

저녁 구름의 먹먹함은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사방이 조용해졌다

이제는 내 숨소리도, 연필의 사각거림도

반사된 옛 조각의 빛에 가려 침묵했다


온 방안을

그리고 내 정신과 두 눈을

그 빛은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내가 찾던 조각이었다

선물 받은 미래의 가능성이 아닌

나의 어린 동심이 피워낸 꽃과 같은 조각이었다


나의 시선이 그의 순수함을 읽지 못했을 때도

그것은 숨죽이고 오랫동안 천천히,

정직하게

내 방안에 뿌리를 내리고 생명을 품고 있었다


기다려주어 감사했다

미래를 향했던 나의 질주를,

구름을 쫓아 뒤엉켰던 나의 혼란을

이 모든 것을 기다려주어


감사했다


시작이었다


이 꽃의 생명은

이제야


2021.11.24

사람 최진수에게 영감을 받아 쓴 시



누군가의 삶을 듣는다는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이제 만나는 이들에게 가능하다면 그들의 얼굴을 나의 감각으로 담은 그림과 그들의 삶을 관통하는 주제를 내포한 시를 적어 선물하려 한다. 삶이란 무엇인가를 알기 위한 과정 중 일부. 다양성을 확인하며 스스로에게 조금 더 나은 확신을 주기 위한 나의 노력이자 그대들에게 작지만 소중한 기억을 남겨주고픈 나의 간단한 마음이다.


이걸 보며 그림과 시를 원하는 이가 있다면 편하게 연락 주길 바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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