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자란 우리 체구는 이제 예전처럼 비슷하지 않네
우리가 아직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였을 때
그때 우리는 꽤나 비슷하게 자랐었지
나는 검정선을 아무것도 없는
순수함에 끄적거리는 움직임을
너는 모든 소리들을 뒷받침해주는
투박해도 부드러운 충돌의 소리를
또 우리 중 누군가는 발가락으로
지구를 딛고 서 누구보다 하늘에
가까운 위치를 선점한 채 눈을 감는 감동을
다르지만 하나의 뿌리 위에서 위태롭게
그러나 누구보다 행복하게 뜀박질하며
사랑과 의미가 무엇인지 실컷 떠들었었지
그때 우리는 키도 비슷하게 자라고
먹기도 똑같이 먹어 비슷한 몸무게를
가졌었던 것 같아
친구는 닮는다고 그랬던가
아무래도 우린 생긴 건 달라도
많은 게 닮아있었어
어렸을 땐
시간이 지나 수화기 너머로 소식을 들었어
네가 이제 충돌하기를 멈추고
집 밖에서 들려오는 큰 함성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선택했다고
그때와 많은 것이 변했구나
나도 순수함에 끄적거리는 것을 넘어
이제는 나의 삶을 해부하는 일에 취해있는데
너는 정말 많이 말라있었어
아이의 상징이던 젖살이 싹 걷혀
어느새 어른처럼,
조금은 빈약하면서도
그에 비해 나는 조금 커졌어
이런저런 흉을 지우기 위해
많이 먹고 배를 불린 덕에
이제 겨울에도 춥지 않을 수 있게 되었어
정답과 이상은 모두 무너졌으니
아마 우리는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좇고 있는 거겠지
중력을 거스르는 질량도
단순히 사랑과 자유에 대한 각색된 의지만으로
이렇게 서로 달라질 수 있다니
너는 너의 마른 몸이 사랑받는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거겠지
나는 나의 부한 몸이 사랑받는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걸 테고
아마 누군가는 차갑고 냉철하면서도
듬직하게 믿음을 주는 몸을 하며 사랑받을 거야
이제 우리가 다 같이 서로를 마주하면
꽤나 어색하겠지?
거울 같던 각자의 얼굴이 변하고 또 변해
이제는 정말 온전한 하나의 사람이 되었으니
거울보단 세상을 보는 느낌일 거야
그래서 너무 기대가 돼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들이 열광한
그런 너의 모습이 지금은 어떨지
너무 궁금해서
충분히 아름답던 네가
얼마나 더 아름다워졌을지
가늠이 되지 않아서
그래서 너무 기대가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