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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양 Dec 16. 2021

체형의 변화

조금 자란 우리 체구는 이제 예전처럼 비슷하지 않네

우리가 아직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였을 때


그때 우리는 꽤나 비슷하게 자랐었지


나는 검정선을 아무것도 없는

순수함에 끄적거리는 움직임을

너는 모든 소리들을 뒷받침해주는

투박해도 부드러운 충돌의 소리를

또 우리 중 누군가는 발가락으로

지구를 딛고 서 누구보다 하늘에

가까운 위치를 선점한 채 눈을 감는 감동을


다르지만 하나의 뿌리 위에서 위태롭게

그러나 누구보다 행복하게 뜀박질하며

사랑과 의미가 무엇인지 실컷 떠들었었지


그때 우리는 키도 비슷하게 자라고

먹기도 똑같이 먹어 비슷한 몸무게를

가졌었던 것 같아


친구는 닮는다고 그랬던가

아무래도 우린 생긴 건 달라도

많은 게 닮아있었어

어렸을 땐


시간이 지나 수화기 너머로 소식을 들었어

네가 이제 충돌하기를 멈추고

집 밖에서 들려오는 큰 함성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선택했다고


그때와 많은 것이 변했구나


나도 순수함에 끄적거리는 것을 넘어

이제는 나의 삶을 해부하는 일에 취해있는데


너는 정말 많이 말라있었어

아이의 상징이던 젖살이 싹 걷혀

어느새 어른처럼,

조금은 빈약하면서도


그에 비해 나는 조금 커졌어

이런저런 흉을 지우기 위해

많이 먹고 배를 불린 덕에

이제 겨울에도 춥지 않을 수 있게 되었어


정답과 이상은 모두 무너졌으니

아마 우리는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좇고 있는 거겠지


중력을 거스르는 질량도

단순히 사랑과 자유에 대한 각색된 의지만으로

이렇게 서로 달라질 수 있다니


너는 너의 마른 몸이 사랑받는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거겠지

나는 나의 부한 몸이 사랑받는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걸 테고

아마 누군가는 차갑고 냉철하면서도

듬직하게 믿음을 주는 몸을 하며 사랑받을 거야


이제 우리가 다 같이 서로를 마주하면

꽤나 어색하겠지?

거울 같던 각자의 얼굴이 변하고 또 변해

이제는 정말 온전한 하나의 사람이 되었으니

거울보단 세상을 보는 느낌일 거야


그래서 너무 기대가 돼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들이 열광한

그런 너의 모습이 지금은 어떨지

너무 궁금해서

충분히 아름답던 네가

얼마나 더 아름다워졌을지

가늠이 되지 않아서

그래서 너무 기대가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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