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05 또 다른 작가가 던져준 삶의 의미

by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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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본인에게 살아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A.

살아있다는 것 혹은 살아간다는 것은

요즘 들어 분분한 생각을 떨어뜨리곤 합니다

대수롭지 않다만 가끔씩 큰 수가 되어 제법 곤란하게 한다죠

죽지 못해 산다는 것과 별 수 없이 더 나아가 하릴없이 산다는 것

누추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지난밤에 자리 펴 눕혀놓았던 그 녀석은

불면의 밤을 닮아 붉은 눈망울을 가지고 있었더랬죠.

이를 두고 어찌할 도리가 없어도 속이 편치만은 않는 것

정이 많아서일까요, 아니면 단지 외로운 걸까요.

가다리는 건 많지만 그중 하나라도 쭈뼛대며 오길 바라죠.

그러면, 내게 온다면, 수더분하게 안아줄 텐데 말이죠.

색채 잃은 무지개의 일곱 가지 공허와 그저 그런 날들은 대체

어디까지 미칠까요. 미치지 않고서야 견딜 수 없는 시간도

속절없는 마음도 다 제 짝이 있답니다.

참 좋은 날들은 오늘도 흘러갑니다. 그 끝에 나를 데려간다면

환하게 웃어준다면 그렇고 그랬던 시간도 전부 속앓이를 면치 못하죠.

여과 없이 흐르는 생각이 활자로 새겨짐에 뒤돌아봄은 없습니다.

어차피 지우지 못할 녀석들, 지난 과거를 닮았죠.

개중에 무척이나 그리운 순간도 있습니다만 돌아갈 수 없는 걸,

그 기억 품에 안고 삽니다.

이렇게 의식은 흘러갑니다. 하루의 끝과 하루의 시작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수많은 점이기에, 그것들 한 번 이어보렵니다.

언젠가는 닿겠죠 또한 알게 모르게 울겠죠.

공백 닮은 웃음은, 그 처연한 녀석은 이리저리 고갯짓을 반복합니다.


+

살아있다는 건 지금까지 늘어놓은 글자와 같죠.

그것들의 의미는 달리 부를 게 없지만 품에 안건, 가득 반겨, 쉼표 하나까지 아껴, 이 모두가 의미를 구성합니다.

시절을 닮은 초상이 부는 바람에 흩날립니다.




위 글에 대한 제 답글입니다.




어젯밤 흘려놓은 눈물과

금세 잊어 활기를 되찾을 내일의 미소가

맞닿는 오늘이니 그걸로 충분한 게 아닐까요


과연 내가 올려둔 탁상 위 연필이

내일 아침에 일어나도 그대로 이 자리에 있을지

저에게는 이 점이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습니다


망령과도 같은 삶을 살아와서인지

모든 것들이 의심스러워

오색빛을 바라보며 황홀경을 느끼는 것이 정녕 나인지

아니면 허깨비와도 같은 얼음으로 묶인 숲을 거니는 짐승인지


하찮게만 여겨졌던 삶이

오늘이 되어서는 잃고 싶지 않은 추억이 됐고

그렇게 아름답기만 할 줄 알았던 기억들은

시간이 흘러 제 색을 잃으니

더 이상 붙잡고 있고 싶지 않아지기도 합니다


아마 외로워서이지 않을까요

저는 그 아이가 제게 다가와 준다 해도

아직까지는 의지를 담아 안아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온기를 느끼는 순간에

괜스레 머리칼이 솟구쳐 새로운 그림자가 드리울까

겁이 나서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맹목적이지 않으면서도 심심한 위로를 주는 건

고통이 그 자체로 의미 있다는 점입니다

곱게 다져진 산을 쌓아 올리기 위해 우리의 죽음이 거름이 되는 것

같은 시간에 모든 폭풍을 마음에 녹여내

그것들로 새로운 글씨를 써 내려가는 것

모든 회의감과 허무함이 가능성과 빛을 만나 충돌합니다


순간이 엮여 하나로 이어질 때

무엇을 바라볼 수 있을지

막연하지만 희망에 찬 기대감을 여전히 지니고 있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과거에 내가 기억하는 흔적이

여태까지 남아있다는 것

그것을 보며 회상하고

유일하게 살아 숨 쉬는 현재를 위해

잔뜩 생명력에 부풀어 춤을 추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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