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잡채가 생각이 났다.
추석, 설날, 가족 생일에 꼭 밥상 위 한 자리를
차지하는 음식이다.
한국어 수업을 하며 코로나 시국 전에 한국 음식 수업도 했다.
정작 한국어 수업보다 준비도 많이 하고 시간도 한 시간을 더 할애해야 하기에 힘이 배가 들어 자주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참 좋아했던 수업이었다.
김밥, 잡채, 만두 등 다 함께 모여 만들어 나눠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첫 번째로 만들어 본 음식이 잡채였다.
한국 거주 기간에 따라 매운 음식이나 김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배려한 것이다.
한국어 강사는 보조 역할과 학생들의 안전에 집중하고 음식 수업은 따로 지원을 받거나 기관을 통해 수업을 했다.
한국요리 전문가가 아닌 봉사를 하는 오랜 경력의 주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고향에 따라 잡채에 들어가는 재료와 만드는 방법이 조금씩 달랐다.
거기에 보태어 거주 기간이 오래된 학생들마다 레시피가 조금씩 달랐다.
서로의 입맛을 모아 적정한 잡채 레시피가 정해지고 완성도보다 과정이 중요해서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당연히 선생님들은 혼자 감당이 안 되어 여러 반이 함께 진행됐다.
음식이 완성되고 미리 준비된 간단한 반찬과 잡채로 잔치를 벌였다.
같은 시간, 같은 방법으로 만들었는데 모둠별 맛이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도 재미난 경험이었다.
하는 사람은 번거롭지만 먹는 사람은 편한 음식이 한국 음식이다.
시간과 방법도 다르지만 먹는 순간은 모두 같다.
같은 밥상 앞에 앉아 함께 맛을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 <함께>라는 의미 때문에 음식은 그리움의 맛이다.
오늘은, 잡채가 그렇다.
<대문 사진 출처/우리의 식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