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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점심

비빔국수

by 봄비가을바람


봄날의 점심


나른한 한낮 햇살은 포근하고

눈꺼풀은 무겁게 오르내리고

배 속은 어김없이 때를 기다린다.

흰 실타래를 풀어 뜨거운 물에 담그고

흰 거품이 몽글몽글 흰 눈으로

덮였다가 사라지면

시원한 물살에 헤엄치고

흰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붉은 치마에 노랗고 흰 무늬를 찍어

고소한 갈잎으로 장식을 했다.

촉촉한 입술로 매콤 달콤한 첫 입맞춤은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다.


by 봄비가을바람





밤새 강풍주의보에 덜커덕한 마음을 추스르고

따스한 햇살이 옷깃을 풀어헤쳤다.

날씨와 계절은 따로 설명이 없어도 입맛이 알아서

메뉴를 고른다.



주말, 쉬고 싶은 날도 어김없이 꼬르륵 소리를 따라 주방에 섰다.

냉장고 파먹기는 아닌데 따로 밖으로 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일하며 먹는 밖의 음식을 집으로 불러들이기 싫어

생각해 낸 <비빔국수>.

계란 먼저 삶아 껍질을 까놓고 국수 삶을 물을 올렸다.

물이 끓을 동안, 비빔국수 양념을 만들고 국수를 삶아 차가운 물에 헹군 후 양념에 버무렸다.

그릇에 빨간 국수 타래를 담고 묵은 김치를 올리려다가 며칠 전 무쳐 놓은 배추채무침을 올렸다.

깨를 솔솔 뿌리고 삶은 계란을 반으로 잘라 호기롭게 한 개 모두 차지하기로 했다.



발걸음이 무거운 주말 점심, 입맛 가볍게

봄 한 그릇 후루룩!






<대문 사진 포함 by 봄비가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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