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옵니다.
하고 많은 날, 고르고 골라서 어린이날에
비가 옵니다.
어린이날을 챙길 아이도 없고
어린이날에 설렐 아이도 아닌데
비가 오니 실망한 마음이
마냥 창 밖을 봅니다.
기대는 늘 상관없는 시간에 던져놓은
추억도 기억도 가져옵니다.
날짜를 세며 기다린 날은
새벽 빗소리에 조금씩 울상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하늘을 우러러봐도 내 눈물은 개의치 않고
제 할 일 하듯 하루를 꼭꼭 채워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봄을 지나 새 계절이 짙어질
비가 옵니다.
하지만 날짜를 잘못 잡았습니다.
한창 맛있는 밥상을 앞에 놓고
국물 한 숟가락을 뜨려니
누군가 문을 두드립니다.
반가운 손님과 소식도
안으로 들여놓으려니 내 입에 맞는 것이
어떨지 걱정이 되고
내 진수성찬이 그대에게 소소한 소반일까
염려가 됩니다.
비가 옵니다.
생각에 따라 일상이 흐르고
처마 끝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에
눈을 맞추고 내일은 이러지 마라.
다짐을 받습니다.
<대문 사진 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