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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Jul 07. 2024

라벤더 향기 18

나를 지키는 일

 "김주현 대리하고 신입 사귄대."

 "이제 알았냐? 벌써 1년 됐다더라."

 "정말? 근데 이제야 난리야?"

 "그동안 비밀연애로 했대."

 <비밀연애? 날 떼어내지 못해서 그랬겠지. 눈치 없는 사람으로 몰아서.>

옆 식탁에 앉아 마른밥을 꾸역꾸역 삼키던 여울은 더 이상 밥을 먹을 수 없었다.

 그 순간, 저만치 배식대 근처에 두 사람이 보였다.

김주현과 그 신입, 김소은이.

여울은 이대로 다 먹지 않은 식판을 들고나가면 두 사람을 피하는 것으로 보일 것 같았다.

피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식탁에서 일어서려다가 그냥 앉아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김치찌개에 있는 김치와 고기를 밥 위에 올려 맛있게도 먹었다.



 식판에 밥을 담은 두 사람의 시선이 느껴졌다.

여울은 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시선을 피하지 많고 맞받아쳤다.

결국, 시선을 피해 자리를 옮긴 것은 그들이었다.

밥을 다 먹은 여울은 같은 식탁에 앉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일어섰다.

다른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카페테리아를 빠져나갈 때까지 두 사람의 시선이 여울의 뒤에 꽂혔다.



힘들지 않으세요?
그냥 회사를 옮기는 게 어떠세요?


점심시간이 지나고 컴퓨터 앞에 앉은 여울에게 김소은이 보낸 메시지가 도착했다.

머리끝까지 바늘 끝이 솟듯 찌릿찌릿했다.

 <한번 해 보자는 거지? 가만히 있는데 왜 건드려.>


힘든 일 없는데 왜 그러시죠?
상관없는 일에 신경 쓸 만큼 한가하지 않습니다.


전송을 누르고 잠시 후, 전화 진동벨이 울렸다.

그리고 여울은 수신차단해 버렸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lite>



 한꺼번에 여울 앞에 닥친 일은 자꾸만 아래로 아래로 주저앉게 만들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여울이 주저앉아 울기 바란다면 여울은 더욱 강해졌다.

어릴 적, 할머니와 같이 아빠를 기다리며 단련된 것은 이별에 대한 빠른 포기였다.

수없이 내쳐지며 배운 아픈 학습이 실연을 견디는 힘이 되었다.



 "있잖아. 신입 그만뒀대."

 "헤어졌대?"

 "아니. 시내 연애가 부담이 됐나 봐."

 "아무래도 그렇지."

늘 남 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싫었지만 이렇게 여울의 소식통이 되니 너무 싫어할 수도 없었다.

 <불편한 사람이 그만두는 거지. 난 살아야 하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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