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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Jul 06. 2024

라벤더 향기 17

곁 돌다.

 여울은 과거로 갔던 생각이 한순간 파사삭 깨졌다.

 <흑흑흑>

높은 천장에 남자의 흐느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옆 방 사람인가.>

절절한 사연이 섞인 울음소리는 비슷한 높낮이로 한참 이어졌다.

울음, 눈물.

여울은 언제부터인가 울지 않았다.






 "그 집 막내딸 독하대.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울지 않대."

 "그 아버지가 애지중지 막내딸만 싸고돌았다지. 안 사람이 누구 때문에 아픈데도 말이야."

아버지 장례를 치르는 동안 다녀가는 사람들은 여울을 한 번씩 힐끗거렸다.

그리고 그런 그 모습을 오빠 내외와 언니네, 또 엄마가 힐끗거렸다.

여울은 눈물이 나지 않았다.

세상에 온전히 아버지와 단둘이 있다가 아버지가 멀리 떠났는데도 여울은 울지 않았다.

울며 매달리면 엄마가, 오빠가, 언니가 한 번쯤 바라봐줄지도 몰랐다.

하지만 여울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버려질 봐에야 이제는 철저히 그들에게서 떨어져 나가고 싶었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lite>





 "여울아, 회사는 계속 다닐 거야?"

김주현과의 일 이후 소영은 여울이 걱정되었다.

김소은이 회사 분위기를 자기 쪽으로 유리하게 돌려놔서 아무래도 여울이 불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왜? 그만두라고?"

괜히 소영에게 짜증 섞인 말이 나갔다.

여울도 알고 있었다.

결국, 불편한 건 자신이라는 것을.

하지만 이미 자신의 세상에서 지우기로 한 사람들 때문에 당장 먹고사는 일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언제까지 소영이한테 신세 질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난 괜찮은데."

 "응!?"

 "나 성준 오빠와 합치려고 해."

 "결혼한다고?"

안 될 것도 없지만 갑작스러운 소영의 말에 여울이 다가가 앉았다.

 "혼자보다는 둘이 키우는 게 나으니까."

 "응!? 무슨 말이야?"

 "나, 임신했어."

 "어떻게? 아니 언제?"

 "3개월 차야. 그래서 널 우리 집에 오라고 쉽게 말한 거야. 어차피 난 성준 오빠한테 가면 되니까 넌 여기 있으라고."

여울은 소영의 얼굴을 바로 볼 수 없었다.

언제나 자신의 편에 서 있는 소영에게 정작 자신은 아무 힘이 되지 못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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