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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Jun 29. 2024

라벤더 향기 15

이별의 잔상

 거실에 자리를 펴고 누운 여울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주말 끝, 일요일 밤을 뜬눈으로 새우면 내일이 걱정이다.

옆에서 반짝이는 휴대폰도 손이 닿지 않는 거리에 놓고 반듯하게 누웠다.

소영과 순대와 떡볶이로 저녁을 때우고 나서 헛헛한 속에 라면이라도 더 먹을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런데 뒤척이다 보니 그새 배가 꺼졌는지 속이 허했다.

 천장을 보고 누운 여울은 뒤집어 놓은 휴대폰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이 시간에 누구야?>

귀찮은 몸을 일으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저장된 번호는 아니지만 눈에 익은 번호였다.

2년을 하루에도 몇 번씩 통화와 메시지를 주고받던 그 번호였다.

 <할 건 또 하네.>

1년이 지난 이제야 흔히 헤어진 연인이 한 번씩 거친다는 순서가 여울에게도 왔다.

 "자니?"

 <못 잔다.>

혹시, 아직 미련에 주말 끝을 뒤척이고 있다고 여길까 봐 괜히 상대가 더 싫어졌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lite>




 "김주현 대리, 연애하나 봐."

 "그래? 언제부터 1년쯤 됐다나 봐."

 <1년? 아니 2년인데. 그런데 어떻게 알았지.>

여울은 연애하는 동안 회사 근처에서 단 한 번도 김주현과 마주하지 않았다.

괜한 소문에 여울이 곤란할지도 모른다는 김주현의 생각이었다.

 <곤란할 게 뭐 있다고.>

여울의 말에도 김주현은 배려한답시고 회사 근처뿐만 아니라 회사 안에서도 아는 체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조심했는데. 누가 본 거야.>

 "근데 누구래?"

 "저, 있잖아. 올해 신입 중에서 총무부 걔."

 "아, 그. 남자 사원들이 괜찮다고 난리난 애."

 <무슨 말도 안 되는..>

여울은 변기 물을 내리고 화장실 문을 획 열고 나왔다.



 여울은 아무 응답이 없는 휴대폰을 고 계단 끝에서 발만 동동 르고 있었다.

 <무슨 말이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

하고 싶은 말을 속으로 몇 번이나 되새겼지만 상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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