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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Jun 22. 2024

라벤더 향기 13

라벤더 향기

 여울은 더 이상 빵을 먹을 수 없었다.

배가 고픈 것이 이상할 정도로 현실적인 상황에 동화되어 빠져나오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탁자에서 떨어져 침대 끝에 걸터앉아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방 전체가 동굴처럼 느껴질 정도로 천정은 꼭 하늘을 가리고 있는 동굴 속 그것과 같았다.



 방 안을 둘러보던 여울은 문 밖 멀리서부터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아까 그 안내인인가.>

하지만 발자국 소리는 둘이었다.

가볍게 옷 뒷자락을 끄는 소리와 조금 둔탁하고 무거운 발자국 소리가 하나 더 있었다.

어느새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멈췄다.

그리고 옆 방 문이 유난히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열렸다.

 <들어가시지요. 곧 식사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저를 왜 여기에? 돌아가야 합니다.>

여울과 같은 말을 하는 남자의 목소리는 이내 닫힌 문 안으로 사라졌다.



 얼마 후,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옆 방 이 열렸고 또다시 남자의 목소리가  끝나기 전에 문 안으로 갇혔다.

 <저 사람은 왜 여기에 왔을까?>

자신도 풀지 못한 것을 옆 방 사람은 어떻게 풀까.



 여울은 땅으로 꺼질 듯 무거운 마음과 달리 몸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무언가로 눌러놓지 않으면 바람 따라 나풀거리는 비닐봉지 같았다.

이불 안에라도 들어가 몸을 숨겨야 했다.

침대로 들어가 목까지 이불을 끌어올렸다.

어두컴컴한 방 안 공기와 달리 이불속은 포근하고 깨끗한 향기가 났다.

라벤더 향기라는 것을 안 순간, 여울은 스르르 잠으로 빠져 들었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lite>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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