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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Jun 16. 2024

라벤더 향기 12

기다리는 마음

 봉안당에서 터덜터덜 내려오던 여울은 어디선가 강아지 울음소리를 들었다.

날카롭게 짖는 소리로 주인 없이 홀로 헤매고 있는 것 같았다.

들고 있던 양산을 접고 강아지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했다.

갈색의 가는 곱슬 털이 꼭 인형 같은 강아지 한 마리가 봉안당 입구 나무에 매여 있었다.

누군가 강아지를 데리고 들어갈 수 없어서 묶어 놓은 것 같았다.

여울이 말을 시키자 조금은 안심하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말을 하고 싶은 것 같기도 했다.

 <우리 주인 좀 데려다주세요.>

지난주에도 어르신이 불편한 몸으로 강아지를 데리고 오셨다가 가방 안에 넣어 입구에 두었다.

지나는 사람이 알려 관리인이 데려다 옆에 놓으니 봉안당 안에까지 찢어질듯한 강아지 울음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누군가 안으로 데리고 온 줄 알았다.

최근 반려견 출입을 강력하게 제한하며 본인 마음만 생각하는 몰지각한 사람의 소행으로만 여겼다.

밖으로 나오며 보니 관리소 옆 작은 가방에서 흰 강아지 꼬리가 보였다.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가방 안에서 들리는 강아지 울음소리가 지칠 즈음 헐레벌떡 어르신이 나오셨다.

연거푸 고개를 숙이며 관리인에게 사과하고 강아지를 살피셨다.

낯설고 두려움에 오줌까지 지려 가방 근처에 물기도 보였다.

또다시 고개를 숙이고 강아지를 안고 달래셨다.

강아지를 안기에 불편한 몸으로 굳이 여기까지 오셨을까 하는 핀잔보다 한없이  짠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을 짐작하려니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lite>





 나무를 맴맴 돌던 강아지는 저쪽에서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자 잠잠해졌다.

어머니와 딸인듯한 사람 중, 딸 쪽이 뛰어와 강아지를 안았다.

 "혹시, 누가 데려갈까 봐 보고 있었어요. 아주 착한 아이네요. 지난주에도 강아지 혼자 기다리는 일이 있었는데 데리고 오시지 거나 한 분이 곁에서 지키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아, 네. 감사합니다."

그 엄마 쪽은 고맙다는 인사는 고사하고 웬 참견이냐는 듯 쳐다보았다.

기다리는 마음을 그 상대는 잘 모른다.

그것이 동물이라도 자신과 가까운 이와의 이별은 두려움이다.

물론, 이유와 사정이 있겠지만 기다리는 사람과의 고통과는 다르다.

 여울은 그 목소리가 다시 귓가로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언제 오냐?>



 "언제 오냐? 너 어디야?"

여울은 봉안당에서 내려와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며 소영에게 전화했다.

 "이제 가는 중이야."

 "어딘데?"

 "아빠한테 다녀가는 길이야."

 "야, 너 오늘 점심 같이 먹기로 했잖아. 성준 오빠하고 성준 오빠 친구하고 지금까지 기다리다 오빠 친구는 그냥 갔어."

 "내가 안 된다고 했잖아."

 "여울아, 벌써 몇 번째 미룬 약속이야."

 "난 한 번도 좋다고 안 했어."

 "너, 그 새.. 김주현 때문이야?

 "그 사람 이름이 왜 나와."

순간 여울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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