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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Jun 23. 2024

라벤더 향기 14

순대와 떡볶이


 여울은 현관 앞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아까 통화로 소영과 안 좋아진 마음을 어떻게 풀까 고민하다가 집 앞까지 왔다.

둘이 좋아하는 시장의 그 순대와 떡볶이를 사 들고 30분 거리를 걸어왔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늦춰보려는 필사의 노력이었다.

 비밀번호를 누를까, 현관벨을 누를까.

생각이 왔다 갔다 하다가 비밀번호를 눌렀다.

 "왔어?"

집 안으로 들어서는 여울을 보며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순대와 떡볶이 봉지를 받아 들었다.

 "시장에 갔다 왔네. 여기 것이 맛있지."

 "네가 좋아하는 거잖아."

 "너도 좋아하잖아."

여울은 겉옷만 벗어 소파에 던져놓고 식탁 의자를 당겨 앉았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lite>




 "순대, 맛있다. 간도 신선하고."

소영은 여울의 얼굴을 외면한 채 오물오물 맛있게 먹었다.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여울도 순대 하나를 집어 들었다.

 "맛있네."

 "우리 여기 많이 갔었는데 오랜만이네."

 "응. 아직도 여기 순대가 제일 맛있는 것 같아."

서로 얼굴을 식탁에 꽂고 순대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식탁을 정리하고 여울은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뭔가 말을 하려다 소영은 여울이 나오기를 소파에 앉아 기다렸다.

조금 후, 여울이 나오자 소영이 말문을 열었다.

 "주현 오빠, 이주현 씨가 너한테 관심이 있대."

 <김주현이 아니라 이주현이야.>

여울은 바로 목구멍 끝까지 올라온 말을 그냥 삼켜버렸다.

 "이름이 같네. 참, 별일이다. 그렇지?"

소영도 왠지 꺼림칙한 지 말끝을 흐렸다.

  "사람은 좋아. 김주현과는 달라."

 "다르겠지. 성이 다른데."

순간, 둘이 서로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이렇게 웃음이 나다니.

헛웃음만큼 헛헛한 시간이었다.

사람도.

김주현.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주는 상처는 작은 생채기가 나고 낫기를 반복하다 희미해진 흔적처럼 사라져 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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