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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Jun 15. 2024

라벤더 향기 11

먹다만 빵

여울아, 어디야?
전화가 안 되네.

열 통이 넘는 부재중 전화 후 소영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그 시간, 여울은 아버지를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작은 방 안에 사진도 없이 이름만 덩그러니 적힌 문패를 달고 홀로 앉아 있었다.

 <아빠!>

마음속 깊은 눈물샘에 방울방울 넘쳐나는 소리에 주위 조문객들이 하나둘 힐끔 쳐다보았다.

1시간 넘게 여울이 앞만 보고 서 있는 동안 주위 사람들이 그리는 그림은 여러 번 바뀌었다.

 <어떻게든 살게요. 근데 잘 안 돼요.>

결국, 깊은 이 넘치고 둑이 무너지고 말았다.

흐느낌이 소리가 되어 나오자 걷잡을 수가 없었다.




 여울은 빵조각이 목구멍에 걸린 것처럼 마른기침이 올라왔다.

옆 방어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은 여기에 어떻게 왔을까?

먹던 빵을 접시에 올려놓자 말라서 딱딱해진 겉껍질이 유리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옆 방에 귀를 기울이던 여울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예전, 할머니 댁에서 비 오는 날이면 처마 끝에 내놓은 양은 대야에 빗물이 떨어지며 가장자리에 물이 튀는 소리와 같았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매일 밤, 아빠가 오기를 바라는 기도를 하며 아침이 빨리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뜨면 머리맡에서 아빠가 웃고 있었다.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리고 눈을 꼭 감고 100을 다 세기 전에 잠이 들었다.



 여울은 돌아서 접시 앞으로 갔다.

손으로 뜯은 자국이 꼭 쥐가 물어뜯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 안 어디에도 온기가 느껴지지 않고 꽉 닫힌 문 너머 무엇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언제나 여울의 앞에는 닫힌 문이 있었다.

아빠를 따라 집으로 왔을 때도 출근하신 아빠가 문을 열고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다 잠이 들었다가 깨면  아빠가 옆에 있었다.

그렇게 잠들면 아빠가 올까.

하지만 여울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아빠가 오려면 잠을 자야 하는데 잘 수가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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