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공기는 축축한 흔적을 남기고
눈물보다 짠내로 증발을 거듭했다.
비가 잠시 쉬는 시간, 습기가 더위를 부추겨
몸과 마음을 아래로 가라앉혔다.
누구나 지나는 시간에 유난스러울 것은 없지만
견디는 정도는 달랐다.
덥다는 말은 달고 사는 7, 8월은
움직임이 느려지는 시간이다.
숨이 턱에 차도록 달렸다가는 대신에
주저앉아 다시 일어설 수 없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지나는 계절마다 조금씩 다른 이야기가
열매 맺듯 한 여름 8월 어느 날,
여름이 짙어지는 이야기가 더해졌다.
돌고 돌아 1년,
자리는 그 자리인데 빈자리가 휑했다.
뜬금없이 새벽에, 부르는 소리가 들려
대답하고 문 앞에 섰다.
그럴 리가 없는 일에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수도 없이 들고 나는 마음에
무거운 마음도 진저리가 날 때쯤이면
한 번쯤 망각이 눈앞을 가릴 것이다.
때가 있을 것이니,
굳이 잊으려 하지 말고
애써 기억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시간에 담은 이야기가 많아
무거운 여름이 발걸음을 재촉해 가더라도
서럽게 울지도 서운해하지도 않을 것이나
꼭 한 가지 당부는 쉬이 갔다 곧 오리라는
약속은 지켜라.
<대문 사진 by 봄비가을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