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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을바람
Nov 23. 2024
연꽃 향기 15
시간 앞에서 마주 보다.
"여보세요."
수연은 침을 꿀꺽 삼키고 전화를
받았다.
"나야. 유선우."
<유선우>
올 것이 왔다는 생각과는 달리 피하고 싶은 마음이 여전히 컸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뒤돌아 도망칠 수는 없었다.
늘 수연의 뒷모습만 보는 선우를 편하게 해 주고 싶은 마음보다 지난 시간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
다.
"그래. 유선우."
"친구들 모임에서 혜정이한테서 네 번호를 받았어."
<그럴 것 같았다. 그래서 혜정이 전화와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응."
"그날, 지하철역 출구에서.. 우리 봤지?"
"응."
"아는 척하고 싶었는데 네가 그냥 또 가버릴까 봐 못 했어. 마트에서도 그렇고."
"응."
수연의 단답에 선우는 잠시 머뭇거렸다.
뭔가 더 말을 하고 싶지만 전화마저 차단할 것 같아 망설였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lite>
"여기, 아파트에 사는 거지?"
수연이 먼저 물었다.
"응."
이번에는 선우가 단답이다.
"이제 우연히 마주치면 도망가지 않을게. 지나가면 인사라도 하자."
"응."
선우의 단답을 끝으로 어색한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의외로 담담한 통화에 선우는 손에 든 휴대전화를 한참이나 보고 서 있었다.
그동안 홀로 마음 조이며 안타까워한 것이 무색했다.
무엇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를 일이 눈앞에 닥치자 수연과 달리 선우가 주춤했다.
수연은 수없이 스치며 피한 선우를 이제는 마주할 준비가 된 것 같았다.
아니, 이제는 마주해야 한다.
하지만 선우는 마주 오는 수연을 바로 볼 수가 없었다.
전화한 것을 후회할 만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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