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제사는 잘 모셨어? 네 안부를 묻는 친구들이 많았어. 나도 딱히 아는 게 없어서 자세히 말을 안 했는데 친구들이 궁금해하니까 언제 한번 시간 좀 내자. 참, 유선우도 왔어. 너와 유선우, 서로 연락 안 하냐고, 우리들끼리 궁금했어. 너희 둘이 사귀는 거 아니야? 아무튼 언제 한번 보자. 잘 지내.
<친구들..>
수연에게 중학교 동창은 그냥 동창일 뿐이었다.
그리고 유선우는.
수연은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마트에 들렀다.
지난번에 못한 제육볶음을 오늘은 하리라 마음먹고 재료를 골랐다.
할머니 제사를 지내고 수연은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다.
아빠, 엄마, 할머니 그리고 이모와 이모부의 든든한 그늘을 벗어나 홀로 바람에 맞서는 나무로 자라기를 다짐했다.
한순간에어릴 적 밝은 아이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적어도 걱정을 끼치는 일은 없도록 하자고 생각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웃는 연습도 해 보려고 한다.
가족 모두가 모인 따뜻한 밥상은 아니지만 제법 구색을 갖춘 식탁에 앉아 수연은 영양분을 몸속에 저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