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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Nov 09. 2024

연꽃 향기 13

추억 속 향기

후두둑!

금요일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강사 사무실로 막 들어서니 창문을 두드리며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서랍 속에 작은 우산도 있고  금방 그칠 것 같아 비를 맞을 걱정은 하지 않았다.

다만, 다시 그날의 기억이 수연의 이마를 찡그리게 했다,

시연을 하는 날 지하철역 출구에서 만난 사람.

유선우.

처음 우산으로 뛰어드는 그를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보다 익숙한 느낌에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그가 말한 연꽃 향기.

엄마가 아빠와 외출할 때만 살짝 리던 향수였다.

할머니는 엄마와 아빠의 유품을 정리해서 어린 수연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보관했다.

물론, 할머니가 떠나실 즈음 미리 예감하셨는지 수연에게 돌려주었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lite>





 엄마의 물건을 정리하는 할머니 치맛자락을 붙잡고 수연이 간신히 챙긴 것이 엄마의 연꽃 향수였다.

밤마다 울며 잠들기를 반복하다 손목에 향수를 살짝 뿌리고 엄마 냄새인양 맡으며 겨우 잠이 들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그것마저 수연이가 학교에 간 사이에 찾아서 감춰 두곤 했다.

그럴 때마다 수연은 연꽃 향수를 찾아 집안을 헤집어 놓았고 이모가 할머니를 설득해 수연의 손에 다시 쥐어 주었다.



 그날도 엄마는 연꽃 향수를 은은하게 뿌렸다.

 "이모 하고 재미있게 놀아. 엄마가 딸기 아이스크림 사 올게."

아빠와 오랜만에 하는 데이트에 수연은 이모 손에 이끌려 놀이공원으로 향했다.

신난 놀이공원의 아이들과 달리 솜사탕을 손에 들고도 수연은 신나지 않았다.

이모를 졸라 조금 일찍 집으로 향한 수연은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지금쯤 엄마, 아빠가 집에 왔을 거라는 생각에 깡충깡충 뛰어 계단을 올라갔다.

 하지만 현관 벨을 누르기도 전에 문이 열렸고 사색이 된 할머니가 맨발로 뛰어나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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