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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Nov 02. 2024

연꽃 향기 12

자전거를 탄 아이 2

 "여보세요."

 "괜찮니? 너 혼자 보내고 마음이 안 좋아서 바로 연락해 보려다가 말았다."

월요일 점심시간이 끝날 즈음 이모한테서 전화가 왔다.

할머니 제사를 지내고 헛헛한 마음을 어찌 달래고 있을지 걱정이 되었나 보다.

수연은 아무렇지 않은 척 이모를 안심시키고 전화를 끊었다.

저만치 앞서가는 동료 선생님들과 빠른 걸음으로 보폭을 맞추고 나란히 걸었다.

이른 하교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풍경처럼 옆을 지나갔다.

 "중간고사 기간인가 보네."

선생님 한 명이 지나는 학생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수연 쌤, 남녀공학에 다녔다면서요? 전혀 그렇게 안 보여요."

 "남녀공학에 다닌 사람은 다른가?"

 "수연 쌤은 꼭 여중, 여고 나온 사람 같아요. 왠지 남자한테 관심도 없는 것 같고."

 "수연 쌤, 연애도 관심 없어?"

 "네!? 그냥 뭐.. "

수연은 쑥스럽게 웃으며 얼버무렸다.






 "쟤가 이수연이지?"

수연이 지나가는 뒤통수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맞아. 요즘 유선우가 좇아 다닌며?"

 "무슨 말이야? 유선우, 사귀는 애 있지 않아?"

 "아니래. 김민지가 고백했다가 차였는데 그냥 사귄다고 소문냈대."

 "뭐야? 그럼 유선우가 이수연을 좋아한다고?"

 "몰라. 그런가 봐."

 "야, 너희들 수업 종 울린 거 못 들었어?"

 "네."

아이들은 볼멘소리로 대답하고 교실로 들어갔다.

우당탕 소리로 앉는 티를 내며 한 번씩 슬쩍 수연을 힐끔거렸다.

불편한 수업이 시작되고 하교할 때까지 화장실도 가지 않고 아이들과 떨어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니, 누구의 눈에 띄지 않고 숨고 싶었다.

딩동댕!

7교시 수업이 끝나고 담임 선생님의 종례가 이어졌다.

저마다 가방을 품에 안고 엉덩이가 들썩들썩했다.

수연도 교문으로 뛸 준비를 하며 선생님의 종례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내일도 지각하지 말고 조심히 하교하도록. 이상. 반장!"

 "감사합니다."

인사와 동시에 우당탕 저마다 목적을 향해 교실 문을 나섰다.

수연은 옆 반 동태를 살피고 교문으로 빠른 걸음을 옮겼다.

저만치 교문을 나서는 아이들 중에는 아직 옆 반 아이들은 안 보였다.

휴.

수연의 안심도 잠시.

 "야, 이수연! 같이 가!"

자전거 소리와 함께 유선우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lite>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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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꽇 향기 7/자전거를 탄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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