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왔다.
새벽에 조용히 흐르는 노래가
잠을 깨웠다.
까만 그림 위에 하얀 점점 찍어 놓더니
소복소복 눈물에 머금은
소금기를 빼놓았다.
염도를 낮춘 천일염이
달큼한 뒷맛을 남겨놓고
졸린 눈 비빈 손가락 끝에
짠맛이 남았다.
가을이 미처 자리도 내 주기 전에
슬쩍 차지하려니
빼앗긴 뒤통수에 눈을 흘겼다.
스멀스멀 찬 기억들이
머리끝으로 기어오르고
첫눈 오는 날 쓰린 약속도 되살아났다.
좋은 풍경 안에 갇힌 낭만적인 상상은
걱정과 염려에 무사와 안전을 빌었다.
대문 사진 by 봄비가을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