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기대어..
늘 놓지 못한 것이 비수로
날아와 박힌다.
산산조각 난 시간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갯속으로 사라진 사람도
모래알처럼 빠져나간 걸
잡지도 못 하면서 놓지 않는다.
뒤돌아서면 그만인데
돌려세웠다고 예전과 같지 않다.
오르지 못하는 벽에 기대어
몇 번이나 숨을 고른다고
오를 수 있을까.
놓으면 편하다고 지나며 한 말도
잡히지 않는 건 매 한 가지이다.
벽에 기대어 보이는 것이
위가 아니라 옆이라면
빛이 보이는 그곳이 길이다.
<대문 사진 출처/Pixabay lite>